이경규 ⓒ유동일 기자
연말 지상파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이면 시상식장을 지키며 그는 어김없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다. 이경규다.
이경규는 2009년 MBC SBS KBS 연예 대상 시상식에서 코미디언 선배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경규는 2009년 KBS와 SBS 연예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은근히 그의 수상을 바라는 팬들도 많았다. 특히나 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코너에 출연하며 코너에 중심을 잡으며 인기몰이를 하는 데는 그의 공이 크기에 그의 수상에 은근한 기대가 모아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고 업계의 예상대로 KBS는 강호동에게 SBS, MBC는 유재석에게 대상을 안겨줬다.
이경규는 무관이다. 하지만 이경규는 대상보다 더 값진 열매를 얻었다. 후배들의 존경과 시청자들의 사랑이다. 강호동은 언제나처럼 KBS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이경규를 향해 "내 인생의 최고의 지휘자"라는 존경을 표했다. 급기야 자신이 받은 트로피를 이경규에게 건네며 "대상의 영광을 이경규 선배님께 돌리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상후보 가운데 이경규에게 유독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15년 전 이경규는 강호동을 발탁, 씨름 선수 강호동을 예능인으로 발탁, 데뷔시킨 주인공이다. 강호동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대성할 것이라는 이경규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는 이경규의 혜안임과 동시에 대중에게는 '천하장사' 강호동으로만 기억될 그의 존재를 'MC' 강호동으로 만들었고, 또 대중에게는 '국민MC' 강호동이라는 기쁨을 선사했다.
이경규에게 존경을 표하는 이는 비단 강호동 뿐 아니다. 예능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유재석 역시 수상소감을 통해 이경규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경규가 코미디언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후배를 진심으로 아끼고 진심으로 이해하는 선배다운 자세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도 베테랑 희극인으로 정상의 위치를 지키는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다.
이경규가 MBC 연예대상시상식에 단지 후배들을 응원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한 방문을 한 사실은 후배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그의 심성이 드러나는 단적인 예다.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진행자 신동엽이 대상후보자들에게 한 평범한 질문의 답도, 이경규의 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경규는 "대상을 받을 것 같냐"는 신동엽의 질문에 "올해 내 사주에는 상이 없다. 만약 내가 대상을 수상하면 돈이 많이 드니 그냥 집에 가고, 다른 사람이 받으면 대신 밤새도록 술을 마셔주겠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이 대상을 받는다하더라도, 밤을 지새우며 그와 함께 축배를 들면서 축하를 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SBS 연예대상시상식에서 유재석은 이효리와 함께 대상을 공동수상을 하며 그간 총 6개의 대상 트로피를 받아, 최다 대상을 받은 이경규와 타이기록을 세웠다.
보편적인 견해로는 선배입장에서 보면 후배의 성장이 대견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최고 기록과 타이라는 점에서 긴장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경규는 이날 유재석을 마음껏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의 얼굴에선 숨길 수 없는 후배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2009년 무관의 이경규지만 그는 진정한 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