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버라이어티 '패떴'은 왜 종영을 택했나

문완식 기자  |  2010.01.06 11:25


SBS 대표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가 오는 2월 초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20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2008년 6월 17일 첫 방송한 '패떴'은 방송 초반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인 '1박2일'의 아류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재석 이효리를 주축으로 박예진 이천희 김수로 대성 윤종신 등 패밀리들의 캐릭터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안정을 찾기 시작, '1박2일', '무한도전'과 함께 당당히 리얼 버라이어티 3강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패떴'은 탄탄대로를 달리기 시작, 2008년에는 18주 연속 예능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예능왕좌의 지위를 탄탄히 다졌다.




◆'달콤살벌 예진아씨', '엉성천희', 몸 사리지 않는 패밀리들에 '웃음 만발'

'패떴'의 인기요인은 무엇보다 패밀리들의 몸 사리지 않는 투혼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데 있다. 그간 볼 수 없었던 패밀리들의 '자연스런' 모습에 시청자들이 큰 재미를 느낀 것이다.


패밀리들의 리더 유재석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을 낮추며 웃음을 안겼고,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를 살려주고 게스트들의 숨겨진 끼를 살려주려 애썼다.

'안방마님' 이효리는 '패떴'이 발견한 또 하나의 숨겨져 있던 보석. 대표적인 '섹시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이효리는 '패떴'을 위해 진흙탕에 몸을 던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박예진과 이천희는 '패떴'의 최대 수혜자. 박예진은 '패떴'에서 서슴없이 닭을 잡고 돼지를 잡으며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털고 그만의 예능감각을 맘껏 뽐냈다. '달콤살벌 예진아씨'라는 그녀의 별명은 또 하나의 훈장으로 남았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천희 역시 '패떴'에서 어수룩한 모습으로 '엉성천희'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대본논란', '참돔논란', '담배논란'..'패떴'을 괴롭힌 논란, 논란, 논란

'패떴'은 그러나 2009년 들어 이른바 '대본논란'이 터지면서 위기를 겪기 시작한다.

방송 초반 '패떴'의 대본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짜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은 것이다.

방송프로그램인 이상 어느 정도 '대본'을 통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구, 이는 이후 '패떴'을 괴롭히게 되는 수많은 '논란들'의 단초가 된다.

'패떴'은 지난해 7월 박예진과 이천희가 하차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위기를 겪게 된다. 두 사람을 대체할 만한 확실한 캐릭터가 구축되지 않은 것이다.

새로 투입된 박시연과 박해진은 다른 패밀리들의 도움에도 불구, 박예진이나 이천희만큼 확실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게 방송가의 중론.

캐릭터가 '관계'설정을 통해 '리얼시트콤'을 추구했던 '패떴'으로서는 이러한 캐릭터 구축 실패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이와 함께 '패떴'은 '참돔논란'으로 또 한 번 큰 홍역을 치르고, '담배논란'이라는 다소 억울한 '논란'으로 2009년을 마치게 된다.



◆'패떴'은 왜 종영을 택했나

2008년에 비해 2009년이 위기의 한 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패떴'은 2009년에도 예능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대표예능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었다.

연말 SBS 연예대상에서도 유재석과 이효리가 대상을 수상하고, 패밀리들은 베스티팀워크상을 받는 등 4관왕에 올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떴'은 종영을 택했다. 왜 그랬을까.

'패떴'의 남승용 책임프로듀서(CP)는 "식상하다는 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패떴'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밥-게임-잠자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제작진이야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이 같은 패턴이 2년 가까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이 서서히 지루함을 느끼지 시작했다는 것을 제작진도 감지한 것이다.

남CP는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달라진 '패떴'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패떴'은 이제 예능사(史)에 한 획을 긋고 '영욕의 세월'을 뒤로한 채 막을 내린다. 좋았던 싫었던 일요일 저녁 '패떴'이 시청자에게 안겼던 웃음과 감동은 높이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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