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스틸컷
2010년 새해가 밝았다. 손가락이 10개라는 데서 시작했다는 10진법 수 체계 덕일까. 많은 이들은 끝자리가 '0'이 될 때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이를 되새기곤 했다. 연인이 '100일'을 챙기듯 4주년, 28주년, 81주년보다는 10주년, 50주년 100주년이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역시 끝자리가 '0'인 올해는 특히 각종 역사적 사건을 되새기게 한다. 올해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의 해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이다. 한국전쟁 60년의 해이며, 4.19 혁명 50주년이기도 하다. 영화계, 연예계의 2010년 딜레마도 여기에서 시작한다. ○○주년을 기념한 각종 프로젝트들이 특히 올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전쟁 60년을 맞아 등장하는 각종 영화·드라마 기획이다. 모든 작품이 '한국전쟁 60년'을 표방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수면위에 떠오른 올해의 전쟁영화만 7편에 달할 정도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장동건과 손잡고 오랜만에 준비하는 영화 '디 데이', 권상우와 차승원 김승우 탑 등 톱스타들이 즐비한 '포화 속으로', 곽경택 감독의 새 프로젝트 '아름다운 우리' 등의 작품이 거론된다.
이밖에도 '연평해전', '서부전선 이상없다', '고지전', '빨간 마후라' 등이 제작될 전망이다.
드라마도 있다.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최민수 등이 출연하는 MBC 드라마 '로드 넘버원'이 그것이다.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간 오랜만의 전쟁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KBS는 최수종을 주인공으로 캐스팅, '전우'의 제작에 들어간다.
안중근 의사 의거(1909) 및 순국(1910) 100주년을 기념하는 최수종의 연극 '대한민국 안중근', 뮤지컬 '영웅' 등이 무대에 오른 가운데 드라마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른바 '안중근 드라마'로 알려진 드라마 '동방의 빛'이 제작을 준비중이다. 이성재, 강신성일, 이영아, 양미경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문제는 2010년을 맞아 쏟아지는 각종 시대물들을 소화할 여력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관객 및 시청자의 수요나 주 관심사와는 무관하게 2010년을 맞아 쏟아지는 기획의 성패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쟁 60년을 맞아 기획중인 각종 전쟁물에 관심이 집중된다. 시대물이나 전쟁영화는 장르의 특성상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대작이 되기 마련.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와 흥행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비슷한 시기 쏟아질 전쟁영화와 전쟁 드라마에 관객과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도 미지수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국전쟁 60년, 한일 강제병합 100년에 대한 관심은 시민이나 관객들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고 "완성도에서 판가름이 나겠지만 전쟁물이 많다고 없던 전쟁물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공급자가 주도한 2010년 기념물의 성패는 결국 수요자가 결정한다는 지적이다. 2010년의 이같은 딜레마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