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원령공주' '아바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아바타'
왠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향기가?
흥행질주중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일본 애니메이션, 그중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몇 편을 본 팬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하다. '데자뷔'라고 불러도 좋을 몇 장면, 일본 애니 특유의 세계관이 곳곳에서 눈에 띄기 때문이다.
우선 만물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애니미즘. 이는 주인공들이 나무 같은 식물은 물론 각종 진기하게 생긴 동물과도 교감하며 살아가게끔 만든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97년작 '원령공주'에선 소녀 주인공 산이 거대 들개신 모로와, 1984년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는 나우시카가 오무라는 눈이 빨간 거대 곤충과 아름다운 교감을 나눴다.
'아바타'에서도 마찬가지. '링크'를 통해 외계행성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족이 된 주인공 제이크는 나비족 여자친구 네이티리의 도움으로 거대 익룡 '이크란'과 어렵게 교감을 나누더니 끝내 자유자재로 수직, 급회전 등 아름다운 비행에까지 성공했다. 네이티리 역시 영화 막판 그렇게나 표범처럼 무섭게 생겨 자신을 공격했던 거대 들짐승과 교감에 성공한다.
이같은 '아바타' 곳곳에서 보여지는 거대한 생명체 이미지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단골손님이다. '원령공주'의 들개신과 사슴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오무와 거신병이 대표적이지만,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에반게리온' 역시 생체병기 에바를 비롯해 네르프 지하에 있던 릴리스 모두 거대함에 승부를 걸었다. 2008년작 '벼랑위의 포뇨'에서도 물속에서 사는 생명체는 모두 큰 놈들뿐이었고, 1986년작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도 홀로 섬 라퓨타에서 버티고 있던 로봇도 거대한 놈이었다.
'아바타'에서 무수한 나비족과 이크란이 어우러져 멋지게 표현한 속도감 있는 비행신 역시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전매특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돋보인, 페달을 2박자로 밟고 출발하는 나우시카의 비행체 이륙신을 떠올려보시라(비행체 진행방향과 구름 진행방향은 항상 엇갈렸다!). 아니면 88년작 '이웃집 토토로'에서 고양이 버스가 선사한 야밤 유영신도 괜찮고.
메카닉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아바타'에서는 판도라에 상주하는 지구인들의 전투비행단과 무기에서 집중적으로 표현되는데, 그 거대함과 아날로그-중세 기계 스타일은 곧바로 '미래소년 코난'이나 '붉은 돼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그것과 빼닮았다. 특히 평화로운 바람계곡에 쳐들어온 거대한 비행단의 이미지는 '아바타'의 지구인들 것과 아주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