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민 <사진=제이튠엔터테인먼트>
SBS 수목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최문석 PD는 3회분 촬영을 한날 밤 악몽을 꿨다. 그날 한 연기자의 연기가 내심 못마땅했던 게 꿈자리를 뒤숭숭 하게 만들었다. 최PD는 4회에서 그 연기자를 '없애기로' 결심했다. '교통사고로 할까?'
"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보시기엔 영 아니었던 거죠. 하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고 생각하셨대요. 휴~"
김광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씩 웃었다. 지금은 웃지만 '아찔한 경험'을 했던 그는 이후 대본을 달달 외울 정도로 죽기 살기로 매달린 끝에 결국 최PD로부터 "10배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김광민은 극중 강진(고수 분)의 동료이자, 우정(선우선 분)의 동창인 서재현 역을 맡아 톡톡 튀는 감초 연기로 눈길을 끌고 있다. 정통 멜로인 이 드라마에서 그의 존재는 극에 또 다른 생동감을 불어 넣고 있다. 만년 신인 김광민은 이 드라마를 통해 그 딱지를 서서히 떼는 중이다. 주변에서 문득 건네는 "드라마 잘 보고 있다"는 말이 그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올해 29살이 된 김광민은 2005년 '이 죽일 놈의 사랑'으로 데뷔했다. 이후 여러 편의 CF와 드라마에서 간간히 얼굴을 내비쳤다. 안방극장에 데뷔한 지 벌써 6년째지만 여전히 그는 '신인'이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는 '이 죽일 놈의 사랑'의 이경희 작가와의 인연으로 오디션을 거쳐 출연하게 됐다. 고교(안양예고)에서 연기자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신인'이라는 꼬리표는 그를 떠나지 않고 있다. 비, 붐, 김무열이 그의 동기다. 친구들의 성공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저도 남자인데, 열등감이나 경쟁의식 같은 게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돌아보면 막연히 잘되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친구들의 성공이 좋은 자극이 되고 있어요. '열심히'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고 있죠."
그에게 있어 비는 친구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김광민이 전 소속사에서 나와 방황하고 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것이 비였다. 김광민에게 있어 비는 절친한 친구이자 날카로운 관찰자다.
"연기를 쉬고 있던 지난해 여름에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클로저'라는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연극은 처음이었는데 연기력이나 마음가짐이나 제게 많은 변화를 준 계기였죠. 연극을 본 비가 '됐다. 이제 네가 경쟁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비가 인정했던 게 가장 좋았습니다."
김광민의 꿈은 한국의 애스틴 커처가 되는 것이다. 로맨틱 멜로는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장르.
"남들은 서른 살을 앞둔 저를 보고 늦었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어릴 적부터 꿈꿨던 '배우'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니까요. 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늘어난 경험만큼이나 연기 폭도 넓어지잖아요. 20대에 겪은 제 아픔과 방황이 배우라는 꿈을 이루는데 분명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 믿어요. 이제 시작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