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인터넷판 보도화면
전 세계적인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F 영화 ‘아바타’를 보고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느끼는 관람객이 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인터넷판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D 영화 ‘아바타’를 본 일부 관객들이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들이 영화 속 외계 행성 판도라에 강하게 매혹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판도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가상의 외계 행성으로, 선사시대를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자연 묘사가 인상적인 유토피아적 세계다. 영화는 인류의 자원이 고갈된 미래시점에서 시작해 판도라의 광물을 빼앗으려는 인류와 토착민 나비족과의 충돌을 그린다.
최근 영화의 팬사이트인 ‘아바타포럼’에 ‘판도라로 인한 우울증 대처법’이라는 게시물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1000개 이상의 댓글을 받았다. 사이트 관리자인 필립 바그다사리언 씨는 “사실 나는 우울함을 느끼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우울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며 “이 영화는 지구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여줬고, 그 현실과의 괴리감이 사람들을 우울하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이디 ‘Elequin’라는 네티즌은 “‘아바타’와 관련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인터넷을 뒤지는 것이 최근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전부”라며 “영화 속 ‘나비족’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팬사이트 ‘나비블루’의 회원 마이크 씨는 “영화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과 눈물, 전율을 잊을 수 없다”며 “판도라와 같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으로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일부 팬들은 영화를 본 후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17세 소녀 아이바 힐 양은 “영화를 본 뒤 온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고 삶 자체가 의미를 잃은 것처럼 느껴진다”며 “나는 죽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인류가 만든 세계에 염증을 느낀다.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관람객들이 이토록 영화에 빠져드는 이유는 일찍이 접할 지 못한 정점의 3D 영상기술의 영향이 크다. 매체는 “이 영화의 입체영상 기술이 실제에 가까울 정도”라며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동안 관람객들은 외계세상에 깊이 빠져들게 되고, 이 때문에 몇몇 관객들은 영화관을 나서면서 영화와 분리된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신과 의사인 슈테판 퀜실 박사는 “최고의 기술 덕에 영화 속에서 완벽한 이상향적 세계를 접한 관객들은 오히려 현실이 불완전한 모습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퀜실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람들과 어울리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함께 찾아보라”고 권고했다.
↑영화 '아바타'속 판도라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