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가 한국 극장가에서 황소개구리가 되고 있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바타'는 이날 오전까지 880만 명의 관객을 동원, 개봉 31일 만에 9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바타'는 개봉 5주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560개의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다. 117개의 3D 상영관 외에 일반 상영관도 상당히 차지하고 300석 이상의 메인관을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
이에 토종개구리인 한국영화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지난 14일 개봉한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와 '웨딩드레스'가 대표적인 케이스. 두 영화는 각각 웃음과 눈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경우 왕십리CGV에서는 100석 규모의 1개관을, 강변CGV에서는 150석 규모의 1개관에서만 상영되고 있다. '웨딩드레스'는 강변CGV에서 130석 규모의 1개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특히 이들 극장은 16일 각각 이나영 송윤아 등 주연배우들의 무대인사가 예정돼 있다. 보통 무대인사가 예정된 극장은 해당 시간에 300석 규모의 메인관 상영을 배려해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1월 극장가에서 한국영화들이 스크린을 못 잡은 채 사장될 위기에 서 있다. 이들 영화들의 손익분기점은 대략 100만 내외다. 한국영화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과거처럼 대작보다는 작은 규모의 알찬 영화들이 기획되고 있지만 극장에 걸릴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것이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아바타'의 기세가 꺾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황소개구리 '아바타'가 토종 한국 영화들을 다 잡아먹기 전에 희망이 되살아나길 기다린다.
최근 본지와 만난 한 충무로 관계자는 "한국영화가 1월 극장가에서 고사되기 직전인 것은 스크린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영화의 다양성에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