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내 나이 서른, 아직도 방황하는 청춘"(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0.01.22 07:39
ⓒ홍봉진기자 honggga@ ⓒ홍봉진기자 honggga@


강동원 효과, 가 있는 줄은 몰라도 그가 요즘 바쁜 것만은 사실이다. 해야 할 일도 많고 관계를 맺은 사람도 늘었다. '전우치'는 5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의형제'는 2월4일 개봉한다. 송혜교와 찍는 '러브 포 세일' 촬영도 코앞에 두고 있다.


황소처럼 걷던 그가 호랑이 등을 탄 것처럼 달린다. 왜일까?

강동원은 변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도 그의 주위가 바꿨으며, 연기가 달라졌으며, 관계가 넓어졌다. 하지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는 여전히 생각이 많고 세상에 어색해한다.


어쩌면 '의형제' 속 모습과도 닮았다. 강동원은 '의형제'에서 북한에서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을 맡았다. 자신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주위가 변하고 마는 인물. 그래서 고통 받고 발버둥 친다. 강동원도 영화 속 인물처럼 밝은 미래를 안게 됐을까? 일단 발걸음은 가벼워 보인다.

-기자 시사 후 '의형제' 반응이 좋은데.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인터뷰를 해도 칭찬을 받고. 얼떨떨하면서도 기쁘다.(웃음)2년간 두 작품을 요즘에야 마음이 좀 편하다. '전우치'도 손익분기점을 넘고 '의형제'도 내가 볼 때 참 좋으니깐.

-첫 애아빠 역인데.

▶안 어울릴까 엄청 고민했다. 유부남 역은 'M' 때도 그랬고, '1%의 어떤 것' 때도 했지만 아기 아빠는 처음이라서. 그림이 안될까 걱정했다. 그런데 너무 잘 어울려서 충격받았다.(웃음)


-송강호와 시나리오 중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더 큰 이유를 꼽자면.

▶사실 상대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지는 않지 않나. 송강호 선배님도 그러신 것 같진 않고. 시나리오를 보고 갈등을 하다가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 확신이 들었다. 아, 이런 이야기를 하면 송강호 선배님에게 실례되는 건가.

-송강호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전우치' 때부터 슬슬 상대와 깊어지는 것 같은데.

▶송강호 선배님이 오늘은 안 부르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웃음) 그 전에는 여관에서 잘 나가지도 않았다. 괜히 나갔다가 다음날 준비했던 게 안되면 후회하니깐. 그런데 이번에는 가족 이야기, 지금 고민 등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연기가 마스터베이션 같았다면 이번에는 앙상블이 눈에 띄던데.

▶맞다. '전우치' 때 유해진 선배님과 가장 많이 붙어 다녔다. 그런데 마음을 잘 열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확 열었다. 그래서 끝나고 사과를 했다. 좀 더 일찍 그랬다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죄송하다고. '의형제'를 해보니 그게 후회가 되더라.

-북으로 갈수도 없고 남에 귀순하자니 북에 두고 온 처자식이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역인데.

▶제일 힘들었다. 조금만 하면 무너지는 것 같더라. 연기자의 욕심과 캐릭터의 간극이 컸다고 할까. 배우가 넣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다.

-여기자들은 '전우치'보다 '의형제'가 클로즈업이 많다고 좋아하더라.

▶(푸하하) 감독님이 워낙 감정선을 잘 잡아주셔서. 아무튼 시사 끝나고 기분이 좋아서 1차 있다가 2차에는 '러브 포 세일'쪽으로 가서 막 달렸다. 송강호 선배님에 '과거는 흘러갔구요. 현재에 충실하러 갑니다'라고 했다.(웃음)

-아무래도 송강호보단 송혜교가 좋았나.

▶(뒷머리를 긁적이며)결과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깐. 만일 안좋았다면 그쪽 자리에서 위로하기 위해 지켜야한다. 또 '러브 포 세일'은 리딩 등 일정이 잡혀있기도 했고. 가려고 한다니깐 송강호 선배님이 '어, 많이 컸는데'라고 하시더라.

-예전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다. 그 속에서 많이 배우는 것 같고.

▶스스로 달라졌다기 보다 선배들이 달라지게 만들어줬다. 한편으론 어색하고 한편으론 재미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인연을 맺기도 힘들다. 다함께 충실할 수는 없으니깐.

-예전보다 표현력이 늘어난 것도 달라졌기 때문인가.

▶음. 그건 잘 모르겠고. 단지 예전에는 내껀 내가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내꺼를 같이 만든다란 걸 알게 됐다. 친한 만큼 자유로워지더라.

-신인 때 빼고 요즘처럼 작품을 쉬지 않고 한적이 없는데.

▶예전에는 하고 싶은 작품이 잘 안들어왔다. 내가 재미있는게 가장 중요한데. 요즘은 진짜 재미있는 게 막 들어온다. 몸은 힘들어도 작품이 좋으면 하는게 맞는 것 같다.

-멜로를 해도 과거에는 요즘처럼 상대배우와 친분을 쌓지 않았다. 그래서 단편이지만 '러브 포 세일'은 또 어떨지 기대되는데.

▶그러고보니 그렇다. 혜교도 그렇다더라.

-벌써 혜교라고 부르나.

▶그러기로 했다. 왜냐하면 혜교랑 친해져야 하는 장면이 많으니깐. 그래서 바로 말을 놓자고 했다. 혜교도 이상한 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걱정했다더라. 이상한 놈인줄 알았는데 사람 같아 보여 다행이다라는 느낌이었다.(웃음) 무엇보다 '전우치'가 손익분기점을 넘고 '의형제'를 좋아해주시니 지금 작업에 훨씬 열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홍봉진기자 honggga@ ⓒ홍봉진기자 honggga@


-강동원 효과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에이. 영화는 모든 스태프와 공동 작업인데. 이런 생각은 한다. 'M'이 안되긴 했지만 수치상으로 그리 성적이 나쁘지 않다. 수치만큼 내 연기가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은 한다.

-영화 속 인물처럼 딜레마에 빠져서 고민하다가 해결이 된 적이 있나.

▶성격이 명확한 편이라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헤매는 거야 항상 헤매고 있다. 서른 같지도 않고 아직도 방황하는 청춘이냐,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송강호와 연기를 해보니 어떻던가.

▶가장 무시무시했던 게 송강호 선배님이다. 연기를 할 때 줄 것은 다 주면서도 챙길 것은 확실하게 챙긴다. 그 경계를 쉽게 넘나드는 것을 보고 '뭐 이런 사람이 다있나' 싶더라. 속으로 그게 제일 무서웠다. 내가 헤맬 때도 막 올라오도록 만들어줬다. 제사하는 장면에서 첫 테이크에서 너무 감정을 소비해 10번 가까이 다시 찍었다. 그런데 그동안 내 뒤에서 절하고 있는 채 안일어나시더라. 네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라며.

-송강호처럼 할 수 있을 것 같나.

▶할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그보다 잘해야 한다. 송강호 선배만큼이 아니라 넘어서야 하는 게 후배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자신감이 대단한데. 욕심도 많고.

▶욕심이 끝이 없다. 연기자로서의 욕심은 없지만 무조건 최고가 돼야 한다는 그런 욕심이 있다. 내가 잘된다는 걸 의심한 적은 없다. 행복할까 고민은 해도. 난 긍정의 힘을 믿는다.

소망이 있다면 한국영화가 시장이 더 커지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외국작품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내시장에서 최고를 만들고 싶다.

-'전우치'와 '의형제'로 합이 천만배우가 될 수 있겠나.

▶그런 기사를 어디서 보고 나 합이 천만배우되는 거야? 라고 한 적은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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