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혜진 ⓒ유동일 기자 eddie@
한혜진이 다시 사극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4일 첫 방송한 SBS 월화사극 '제중원'(극본 이기원 연출 홍창욱)에서 신여성 유석란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주몽'이후 3년 만에 사극 출연이다. '굳세어라 금순아'로 이름을 알리고 '주몽'으로 이름을 빛냈다.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한혜진'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린 사극이었지만, 그녀는 애써 사극을 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말이 "소서노에게 미안했다"였다.
"'주몽'의 시청률이 높았던 게 오히려 사극을 피하게 했어요. 사실 제 개인적으로는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여걸이면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왕이 되지 못한 소서노만의 감정을 제가 잘 살렸는지 걱정이 많았죠. 역사 속 실존 인물이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컸고요. 그래서 항상 소서노에게 미안했어요. 물론 제가 나이가 어려서 그런 것도 있었을 거 에요."
한혜진은 이후 사극 제의가 올 때마다 애써 외면했다. 작품 제의는 고마운 일이지만 '주몽'때 가진 부담감이 늘 그를 괴롭혔다. 이를 움직인 게 '제중원' 홍창욱PD다.
"'제중원' 제의를 받고 사극이라 망설이기도 했고, 극 전체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그냥 멜로 라인의 한 축에만 국한 되는 게 하닌 가 싶었어요.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하는데 '유석란은 한혜진씨 외에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동이었죠. 감독님께 감사했습니다."
그가 맡은 유석란은 역관(통역담당관리)의 딸로, 아버지 덕에 서양의 문물을 일찍 접한 '깨인 여성'이다. 제중원에 들어가 직접 산부부인과 의사가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석란이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어요. 또 누군가를 곁에서 섬기면서 성공으로 이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남을 돕고 섬긴다는 게 매력 있는 것 같아요."
배우 한혜진 ⓒ유동일 기자 eddie@
"문경은 정말 추워요. 밤 촬영 분은 대사를 못할 정도니까요. 감정을 잡아야 하는데 너무 추워서 눈물만 나고 감정이 잘 안 잡혀 다시 찍을 때가 많아요. 손난로를 얼굴에 대고 있다가 촬영하고는 하죠. 밑에는 괜찮은데 위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내복을 2,3개 정도 껴입고 핫 팩을 한 20개 정도는 몸에 두르고 촬영하고 있습니다."
몸은 고생하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정말 좋다고 한혜진은 말했다. '제중원'은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촬영을 시작, 그 날 찍어 그 날 방송하는 '생방송'이 일상화된 요즘 드라마 제작현장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아주 좋아요. 촬영이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돈독해진 것도 커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보니 감독님, 촬영감독님, 배우들 다 모여서 얘기하고 그러는 시간이 많죠. 감자, 고구마, 양미리, 소시지 등도 많이 구워 먹고요(웃음)."
배우 한혜진 ⓒ유동일 기자 eddie@
"세월이 빠르구나하는 생각이에요. 제가 워낙 긴 드라마를 많이 했잖아요. 드라마 끝날 때마다 한 살씩 먹다보니 실감을 잘 못해요. 다른 사람들처럼 사회생활도 안 하고 , 또 그렇다 보니 특별한 추억도 없고 실감이 잘 안나요. 아직 스무 살 같아요(웃음)"
그녀가 꿈꾸는 '30대 여배우 한혜진'은 무엇일까.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를 줄 몰랐는데 정말 금방 지나간 것 같아요. 아직도 연기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20대에 제 필모그래피를 충실히 쌓아왔으니 30대에도 제2의 인생으로 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적 역량을 늘려가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다작을 하고 싶어요. 영화도 매력 있고 드라마도 매력 있죠."
처음 도전한 사극으로 호평 받았지만, 그건 그녀에게 또 하나의 짐을 안겼다. 하지만 서른 살이 된 한혜진은 이제 그러한 부담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듯 했다.
"부담이 컸던 사극이지만, 사극하는 한혜진을 좋아해주시는 팬들에 감사 드립니다. 이제는 사극이 제게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고마운 장르죠. 소서노에게는 미안했지만, 석란에게는 조금은 자신 있게 다가 설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한혜진 ⓒ유동일 기자 ed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