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조연 정수영 "진지한 게 웃긴대요"

김현록 기자  |  2010.02.02 13:26
배우 정수영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 정수영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브라운관에 가득했던 그녀의 존재감은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 배우 정수영(28). '환상의 커플'의 강자, '내조의 여왕'의 지화자, '시티홀'의 정부미, '히어로'의 나가연…. 강렬함은 기본이요, 생동감과 개성이 넘치는 드라마 속 그녀의 캐릭터들은 늘 입을 쩍 벌리고 그녀를 바라보게 했다.


그리고 2010년의 초입, 정수영은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했다. 여죄수들의 유쾌하고도 눈물겨운 합창을 다룬 영화 '하모니'다. 만 스물여덟 그녀는 두 아이를 둔 밤무대 가수 출신 죄수로 극의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극의 후반부, 늘 활달하던 그녀가 눈물로 두 아이를 끌어 안는 짧은 장면에선 보던 사람이 울컥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직 그녀는 만 스물여덟의 아가씨. 정수영은 "롱런하는 장수 배우가 목표"라며 살포시 웃음지었다.

배우 정수영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 정수영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모니'에서도 배역 이름이 지화자였다더라. '내조의 여왕'이랑 같다. 혹시 정수영을 염두에 둔 역할이었나.

▶이름이 마침 지화자였을 뿐이다. 그렇게 써두셨는데 우연히 제가 캐스팅됐다. 그래서 이름을 바꿀까도 했었는데, 저는 다른 캐릭터니 상관없다 했다. 지화자B인 셈인데, 무대인사 다니면서는 '이번엔 미세스 지'라고 한다.


-지금까지 한 역할 이름이 다 독특하다.

▶만만한 이름이 없다. 아무래도 세고 개성 강한 역할이 연이 닿다보니. 그렇다고 크게 고민은 안한다. 그냥 배역이라 생각하고 하다보면 다른 장르, 다른 컬러의 것도 갖게 되겠지 한다.

-할아버지는 정한모 전 장관, 아버지는 도예가 정진원 교수다.


▶제가 일부러 알린 게 아닌데 어떻게 부각이 돼서, 저는 부담이 많이 된다. 풍족하게 자란 건 아니었지만, 옛날부터 그 아성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예술가로서 제가 바라볼 수 없는 내공을 갖고 계신다. 장르는 다르지만 예술가로서 그걸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연기를 시작할 때 반대는 없었나.

▶부모님들께서 고루하신 분이 아니라 이런 쪽으로 깜짝 놀랄 만큼 열려 계시다. 아버지께서도 제가 하는 걸 연기 예술이라 생각하시고 응원해 주신다. 평가도 해주시는데, 심하게 냉정하시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시다. 이른바 '혹평의 대가'시다. 19살 처음 대학로에 서서 2005년에 이르기까지, 매번 보셨으면서도 잘 했다고 이야기하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주 정확하게 꼬집어 이야기하신다. 약간의 틈만 보여도, 기가 막히다. 두 분의 기대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그게 저를 더 독하게 만들고, 완벽주의자로 만든다.

배우 정수영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 정수영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번 작품에서 아기보기 전담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있더라.

▶동생이 넷이다. 기저귀 직접 갈아가며 키웠다. 동생들이 너무 예뻤고, 사랑스러운 걸 보면서 커서 아이들이 좋다. 아무래도 처녀들은 아기가 울다 뒤집어지면 어쩔 줄을 몰라하니까 다른 사람들 보다는 아무래도….

-아이를 둔 어머니를 연기가기가 쉽지는 않았겠다. 지금껏 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던 캐릭터가 있다면?

▶연기할 때 겁난다. 내가 그 깊이를 다 표현하고 있는 건지 두렵다. 꼽자면 이번 '하모니'의 지화자가 어려웠다. 아이를 가진 엄마의 마음을 담아내기가 힘들다. 다행히 안도한 게 어머니가 보시고, 아이들 만나는 장면에서 좋았다고 하셨다.

-원래 성격은? 물론 맡았던 캐릭터들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원래는 남자같고 까불고 터프하고 장난기가 많다. 기분이 좋으면 점점 목소리가 올라간다. 하지만 캐릭터들과는 차이가 크다.

-연이어 개성강한 캐릭터를 했으니, 달라서 의외라는 분도 많겠다.

▶어떤 PD 분은 당황하기도 했다. A형에 내향적인 스타일이다. 어디 나서는 걸 부끄러워하진 않지만 나서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공과 사가 심하게 철저하다고 할까. 공적인 건 당연히 무대 배우의 마인드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감정을 쥐고 흔들려면 당연히 노력해야 한다. 몇가지 철칙 중 하나가 내가 힘들수록 관객이 즐겁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저의 사적인 부분이 영향받는 것도 아니다. 사적으로는 그와 완전히 다르다.

-진지하다고 할까.

▶저는 강자 때도 그렇고 지화자도 그렇고, 이번 지화자 B도 그렇고 늘 진지하게 연기하는데 다들 코미디 연기라고 그런다. 저는 정말 진지하게 한 거다. 그게 아이러니다. 이번에도 극장에서 제가 무슨 말이라도 하면 관객들이 웃는단다. 진지하게 하는데 코미디를 한다고 하면, 이걸 제가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작품마다 여자 선배 복이 많은 것 같다. '하모니'에선 김윤진 나문희와, 앞선 작품에선 김선아 김남주 등과 호흡했다.

▶언니들이 너무 좋다. 정말 기가 막힌다. 선아언니는 천상 여자에 배려심도 싶다. 남주 언니는 호탕한 여장부고, 윤진 언니는 말할 것도 없다. 여자 입장에서 너무 멋지다 싶다.

-동년배로 나와서 혹 스트레스는 안 받았는지.

▶그냥 포기를 했다. 고3때부터 이 얼굴이었다. 이런 얼굴을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본다는 이야기를 10년째 듣고 있다. 그때까지 아직 많이 남았다.(웃음)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롱런하는 장수 배우가 목표다. 가늘고 길게. 나문희 선생님을 보면 윤진 언니 말씀이 딱 맞다. 평소에도 그냥 카메라를 들이대면 작품인 것 같다. 내가 그 정도 나이가 되어 그런 내공이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