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민경훈이 돌아왔다 (인터뷰)

이수현 기자  |  2010.02.03 12:47
민경훈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민경훈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여기, 민경훈이란 남자가 있다.

2003년 버즈라는 꽃미남 밴드의 보컬로 데뷔한 그는 발표하는 노래마다 큰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호리호리한 몸매와 곱상한 외모는 수많은 소녀팬들을 몰고 다녔고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렸지만 어쨌든 그의 목소리도 그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그의 미래는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2007년, 버즈의 해체 후 뭔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해 말 솔로 음반을 발표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공백기 동안에는 30kg 가까이 체중이 불면서 '이게 뭐 하는 건가'하는 자괴감도 맛 봤다. 대신 그동안 버즈의 보컬 민경훈으로 살면서 누리지 못했던 일상을 실컷 누렸다. 무전여행도 다니고 여가생활 하면서 오랜만에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도 충분히 먹었다.

이제 남은 건 다시 가수 민경훈으로 돌아오는 일.


햇수로 이제 데뷔 8년차를 맞이한 민경훈은 바닥부터 정상까지 모두 경험한 이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나직한 목소리지만 할 말은 또박또박 다 하는 그의 모습에서 제 나이보다 어른스런 남자의 눈빛이 어렸다. 가수 민경훈이 돌아온 것이다.

민경훈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민경훈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그를 만나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던 버즈의 해체. 항간에 떠돌던 '멤버 간 불화'라는 루머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지만 민경훈은 담담하게 털어놨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버즈 멤버들과는 서로를 할퀴거나 하지 않아요. 해체는 그냥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요. 다른 길을 걷고 싶어하는 멤버도 있었고 서로 계약 기간도 다 달랐고요. 그냥 흘러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던 거 같아요."

아픔이라면 아픔, 시련이라면 시련이었던 그 시기를 이겨낸 그는 오롯이 한 사람의 몫을 하는 가수로 성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총 5곡이 수록된 미니앨범 '재회'는 그간 민경훈이 지내온 시간들의 나이테다. 타이틀곡 '아프니까 사랑이죠'는 변함없는 민경훈의 보컬을, 하지만 더 많이 자란 민경훈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곡이다.

"제 컴백 소식이 기사화됐을 때 여전히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신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지난해 5월에 컴백하려고 했다가 시기가 미뤄지면서 좀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더 스스로 적극적으로 가수활동을 원하게 돼서 좋았어요. 이번엔 곡도 받으러 직접 다녀보고 데뷔 후 처음으로 보컬 레슨도 받아봤죠."

음반을 준비하면서 만난 많은 이들은 민경훈을 좀 더 '가수답게' 만들어 줬다. 보컬 선생님인 한원종 씨와 가수 유미는 제대로 소리 내는 법부터 감정 잡는 법까지, 조영수, 황성제, 안영민, 김도훈, 이재학 등의 작곡가는 "나이가 들수록 음악 냄새 나는 사람으로 거듭나라"는 가르침을 알려줬다.

"분명 데뷔했던 가수가 다시 레슨을 받으러 갔을 땐 자존심 상하는 부분이 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자존심이라는 건 정말 정상에 있는 사람만 부릴 수 있는 거란 걸 깨달았어요. 제가 누렸던 인기는 그냥 좋은 시절의 흐름이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얻을 게 있으면 고개를 숙이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았어요."

이런 민경훈이기에 다시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이 설레면서도 두렵다. 긴장이란 걸 모르고 살았던 그지만 이제는 무대에 올라가면 조금 떨릴 것 같단다. 스스로 이런 모습이 생소하다는 그다. 하지만 그에게 이제 과거는 앞으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일 뿐이다. 지난 음반의 실패 역시 민경훈에게는 교훈을 준 좋은 경험이 됐다.

"음반의 성공 유무를 떠나 저 스스로를 좀 더 알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전에 잘 됐었으니 계속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상처 받았다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실망을 좀 많이 했어요. 이번에는 저 스스로를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대중들과 교감하고 싶어요."

민경훈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민경훈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그에게 지금까지 가수로 살아온 세월 동안 뭘 느꼈느냐고 묻자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걸 알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긴 세월이 준 가르침은 그간 팬들에게 무뚝뚝했던 민경훈을 좀 더 말랑말랑한 남자로 바꿔놓을 모양이다. 팬들의 어떤 애정 공세에도 태연한 척 했던 그는 이제 자신의 고마운 마음을 많이 표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제가 힘들었을 때 제일 가까이 있어준 사람은 팬들이에요. 그런 만큼 공연으로 만나겠다는 약속은 꼭 지키고 싶죠. 민경훈표 발라드로 보답하려고요."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팬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을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물었더니 그는 눈을 반짝였다. 음반 작업과 동시에 공연 준비도 하고 있다는 그다. 현재 그가 전폭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공연 기획 회의가 끝나면 바로 공연 준비에 돌입, 이르면 4월에는 공연장에 선 그를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공연이 너무 하고 싶어요. 늘 하던 거니까 안 하는 게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우선은 전국투어를 할 거에요. 좀 더 멀리 본다면 일본 진출? 지금까지 쇼케이스 하러만 갔었는데 일본에서도 한 번 활동해보고 싶어요. 먼저 국내에서 인정을 받아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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