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 "연기도 트렌드, 언젠가 기회 온다"

전형화 기자  |  2010.02.04 08:49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지진희는 썩 타율이 좋은 배우는 아니다. 아니 흥행이나 시청률에선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는 게 정확하다. 하지만 어쩌면 이는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대장금' 이후 지진희는 상업성과는 조금 거리가 먼 영화에 출연해왔다. 드라마 역시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를 이어가는 작품은 거리를 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진희는 끊임없이 주연을 맡았다. 성실함과 완벽주의를 인정받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진희가 돌아왔다. 제작된 지 1년이 지난 작품이긴 하지만 주연을 맡은 영화 '평행이론'이 18일 개봉한다. '대장금'을 연출한 이병훈PD와 다시 손잡은 '동이'는 3월 안방에서 공개된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반복되는 사건을 파헤치는 진지한 남자와 역사 속의 임금과는 사뭇 다른 숙종, 지진희가 맡은 두 얼굴이다. 그 간극을 물었다.


-'평행이론'이 제작된 지 1년여 만에 개봉하는데.

▶그동안 개봉 시기를 놓고 계속 조율이 있었다. 아무래도 화제작에 밀린 것도 있다. 하지만 '아바타'와 맞붙지 않은 게 어디냐.(웃음) 얼마 전 기술시사회에서 영화를 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 불안했던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영화를 보고 자신감이 생겼다.

-캐스팅이 납득도 되지만 한편으로 의아스럽기도 했다. 흥행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으니깐.

▶나도 그랬다. 이 시나리오가 왜 나한테 왔지, 이러면서 봤다. 시나리오가 무척 좋았으니깐. 흥행을 했다거나 대중에 큰 사랑을 받은 적이 그다지 없었으니깐. 처음에는 돌고돌다 나한테 왔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CJ엔터테인먼트 자체 제작인데 내부조사를 했더니 내가 적격이라는 조사가 나왔다더라. 이런 조사를 하는 것도 있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했다.

-결말이 여러 버전에서 최종 수정됐다고 하던데.

▶그럴 수 있다. 왜냐하면 촬영 전에 미리 리허설을 하자고 제안했다. 납득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 또 현장에서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자는 생각이었다. 전체를 실제처럼 리허설 하다보면 더 명확하게 촬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동안 죽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다행히 권호영 감독님이 좋다고 하셔서 2주 가량 리허설을 가졌다. 중요한 장면은 카메라로 실제처럼 테스트도 하고.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과 불필요한 부분에 대한 생각들이 서로 명확해졌다. 정말 멋진 일이었다.

-불필요한 것을 싫어하는 완벽주의자인가.

▶그렇다. 불필요한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을 싫어한다. 견제나 힘겨루기도 싫어하고. 이번에도 그런 시도 덕에 애초 계산했던 것보다 촬영회차도 줄였고 제작비도 줄였다.

-관객에 큰 사랑을 못받았다고 했는데 불안한 마음은 없었나.

▶불안과 초조, 그런 것은 생각 안한다. 왜 그런가, 왜 그렇게 됐지, 내겐 '왜'가 가장 중요하다. 처음 미술학도에서 연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을 때 제의를 받고 일을 시작했다. 정말 많은 고민과 계산을 했다. 대충 해도 먹고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해보니 대충해서 될 일이 아니더라. 그래서 나에 대한 기대치를 스스로 최대한 낮게 설정했다. 그래서 불안과 초조는 없다.

-영화 같은 경우 상업성과 거리가 있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그런 편이다. '퍼햅스 러브' 정도만 흥행을 고려했었다. 중국에서는 성과가 좋았는데 국내에서는 안됐다. 내 생각과는 다르구나라고 깨달았다. '평행이론'은 상업적인 고려가 있었다. 영화가 과거와 현재,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그 비밀을 파헤치고 막는 세력이 있고, 또 반전이 있다. 재미있다. 운명이란 게 있는지, 또 있다면 막을 수는 없는지, 막는 것도 운명이 아닌지.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으니 어찌 재미있지 않겠나.

-그동안 성실하단 평은 많이 받았지만 연기를 잘한다는 평은 별로 없었는데.

▶당연하다. 연기라는 게 한순간 번쩍해서 되는 게 아니잖나.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연기가 트렌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미술학도 시절 왜 이렇게 연기를 하나 싶었던 것도 일을 하니깐 알게 되는 부분이 있더라. 또 연기톤도 각 배우들의 출신학교, 또 극단 따라 다르더라. 이런 부분을 하나하나 깨달아가며 하고 있다. 우선 스타트가 늦었다. 나도 목숨을 걸고 하지만 그들 역시 목숨을 걸고 한다. 정체돼 있지 않으니깐. 그렇다고 내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건 아니다. 트렌드가 있다고 했지 않나. 분명 언젠가 기회가 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나.

▶늘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10년 정도 지나면 뭐든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앞으로 10년은 더 있어야 될 것 같단 생각은 든다.(웃음)

ⓒ임성균 기자 ⓒ임성균 기자


-차기작으로 이병훈PD와 '동이'를 함께 한다. '대장금' 이미지가 워낙 오래 가는 터라 일부러 비슷한 것은 피해왔는데 이번에는 곧바로 결정했는데.

▶정말 '대장금' 이후 사극이란 사극 주인공은 다 제의를 받았다. 일부러 같은 것은 피하려 했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동이'에서 맡은 숙종은 어염집으로 잠행도 나가고 여자에 작업(?)도 거는 기존의 임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병훈PD와의 인연도 있고, 소속사 식구들의 선택도 존중해야 했다. 좋은 기회고 당연히 한다고 했어야 하는 작업이다.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인가.

▶그렇게 고민해야지 후회를 안하더라. 미술을 공부하면서 구조를 보는 시각이 생겼다. 또 지금은 말이 늘었지만 굳이 말을 해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나 그런 고민도 했고. 말을 하다보면 자꾸 나를 포장하는 것 같고. 그래서 2~3년 동안 거의 말을 안하고 산 적도 있다.

-연기를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하는 편인가.

▶이성으로 연기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이도 생기고 점점 관계가 쌓이면서 감성적인 부분도 늘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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