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이명근 기자 qwe123@
'꽃보다 남자' 이후 약 1년만에 브라운관 복귀를 앞둔 이민호를 만났다. 최근 MBC 새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에 캐스팅된 뒤 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던 그에게선 긴장감보다 여유가 넘쳤다.
바이럴블로그(www.viralblog.co.kr)가 주최한 파워블로거와 함께하는 인터뷰에서 이민호는 "그간 통 볼 수 없었다. 뭐 하고 지냈냐"는 첫 질문에 "칩거했다"며 활짝 웃었다. 블로거들 사이에서 웃음과 탄성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여심을 녹이는 그의 매력은 여전했다.
'꽃남'의 구준표로 최고의 블루칩으로 등극한 이민호는 손예진과 호흡을 맞추는 '개인의 취향'에서 건축설계사 전진호 역을 맡았다. 게이 남자친구를 두고 싶어하는 여자의 집에 들어가려다 졸지에 게이가 되어버린 남자다.
이민호는 "캐스팅 당시에 '이민호 동성애자 변신' 이런 기사가 났는데, 충격이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게이 설정이 부각돼서 그렇지 게이가 아니다"며 "상황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오해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게이 연기를 하느라 따로 준비하는 것은 없다고. 이민호는 대신 건축 공부에 푹 빠졌다. 원작소설은 일부러 훑어가며 읽고 있다. 원작에 갇혀버릴까 해서다.
'꽃남' 이후 부담이 없었을 리 없다. 신중하게 차기작을 고르던 그는 일단 마음을 결정하자 앞뒤 재지 않고 작품에 뛰어들었다. "성격"이란다.
"작품을 선택하기까지는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일단 결정을 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지네요."
이민호 ⓒ이명근 기자 qwe123@
아직까지 파트너 손예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첫 호흡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이민호는 특히 드라마 '연애시대'의 캐릭터가 가장 기억이 난다며 "잔잔했던 감정선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그때 인상이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
짓궂은 질문도 이어졌다. 제일 친한 남자 친구가 게이라며 사랑 고백을 해 온다면? 만약 여자배우로 태어난다면? 곤란한 듯 싱긋 웃음을 지었지만 이민호는 거침이 없다.
"그것도 제일 친한 친구란 말이죠…. 그런 불상사가 없길 바라요. 부담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아니라 딴 사람을 좋아한다면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왠지 좀 서먹할 것 같고. 그래도 친구로 같이 갈 거예요.
저는 진짜 여자로 태어나기가 싫거든요. 신경 쓸 게 많아서 피곤할 것 같아요. 매일 화장도 하고, 조심해야 할 것도 많고. 지금도 화장하지 않냐구요? 그건 제가 안하잖아요∼ 기왕 여자배우로 태어난다면 마릴린 먼로 같은 희대의 아이콘이고 싶어요. 한국 배우라면 김혜수? 여자라고 조근조근 살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민호는 열성적인 팬층을 거느린 스타이기도 하다. 최근 그의 팬클럽은 이민호의 이름으로 대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에 성금을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민호는 그 사실조차 기사를 읽고 알았다.
이민호는 "집 앞에 계시는 팬들이 거의 없다. 제 생활을 지켜주신다"며 "그러면서도 이렇게 좋은 일을 앞장 서 해주신다"며 "팬들께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팬들의 애정어린 놀림조차 즐겁다. '빙구'다 '사오정'이다 해서 도는 합성사진들까지 재밌게 본다고 이민호는 말했다. 자신의 허점까지도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기분이 나쁘진 않아요. 싫어하는 사람에게 놀림 받는 게 아니니까.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기사진 합성도 있고 여자사진도 있고, 전 재밌던데요. 특히 '빙구'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꽃남' 때 바보스럽게 웃고, 사인회 때 말 못하고 하는 허점 때문에 지어진 별명 아닌가요? 그중에서도 백상예술대상에서 넘어졌을 때 나왔던 '땅따먹기'가 제일 웃겼어요."
이민호는 자신을 "솔직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꽃미남이란 수식어에는 "전 그냥 훈남에 가까운 편인 것 같다. 인상 좋고 편안한 것 같다"며 "작은 얼굴은 아닌 것 같다"고도 웃음을 지었다.
이민호 ⓒ이명근 기자 qwe123@
이민호는 연기에 대한 열정도 숨기지 않았다. 뒤늦게 회자되고 있는 EBS '비밀의 화원' 경우엔 이야기만 나오면 창피하단다. 지금보다 말라 왜소한데다 폭탄머리까지 하고 있고, 연기도 미숙했다 생각하는 탓이다.
그는 '개인의 취향'에서 게이라는 거짓말을 하는 통에 오해를 받는 역할을 하게 됐지만 속이는 것과 연기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가장 보는 것은 보는 분의 관점이겠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속인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잖아요. 연기는 무엇보다 진실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실이 있어야 연기를 하면서도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도 거짓말은 잘 못해요. 표도 나고, 자책감이 들거든요. '개인의 취향' 캐릭터와 비슷한 데가 있어요. 직선적인 편이죠."
이민호는 "영화 출연 계획은 무조건 있다. 하루라도 빨리 해보고 싶다"며 "일단은 드라마 촬영 준비로 바쁜데, 그것부터 잘 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기로 인정받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후배에게 존경받는 연기자이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인간 이민호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