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진기자 honggga@
장훈 감독은 행운아다. 단편영화 경험도 없던 그는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혜성처럼 영화계에 등장했다. 10억원도 채 안든 제작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안 돼 장훈 감독은 두 번째 영화를 내놨다. 지난 4일 개봉한 '의형제'는 '아바타'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평단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이제 나이 서른여섯. 그의 성공은 눈부시다.
장훈 감독은 준비된 행운아다. 전역하고 다른 학교로 새롭게 도전해 서울대에 들어갔다. 시각디자인 학과에 다녔다. 졸업하고 안정된 길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영화에 뜻을 품었다. 인연이 닿았던 김기덕 감독을 찾았다. 그리고 2003년 10월1일 '사마리아' 스태프로 영화와 연을 맺었다.
춥고 배고픈 길이지만 뜻을 겪지 않았다. 원래 '영화는 영화다'는 김기덕 감독이 준비하던 작품이었다. 그 시나리오를 장훈 감독이 다시 각색, 김기덕 감독 색채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바꾸었다.
쉽진 않았다. 소지섭이 합류하기까지 영화는 여러 번 고비를 겪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실이 맺어졌고, 장훈 감독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시작됐다. 신데렐라지만 그는 요정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궁전 문을 두드렸다.
-'의형제' 원래 시나리오는 영화사 다세포클럽에서 준비하던 것이었는데.
▶김기덕 감독님이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고 소개해주셨다. 예전부터 남북문제와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아주 흥미로웠다. 내 색깔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송강호와 강동원, 두 배우가 경력과 스타성에 차이가 있다.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법 한데.
▶송강호 선배는 기획단계에서 빨리 결정이 됐다. 강동원은 신비로운 이미지가 영화에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균형을 일부러 맞춘다기보다 서로가 매력이 다른 만큼 보조가 아닌 보완이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영화다'도 그렇고, 중간 중간 웃음으로 리듬을 준다. 쉼표 같은 느낌이 장점일 수 있지만 밀어붙이는 힘이 부족할 수도 있는데.
▶리듬감을 물론 고려했다. 고창석씨가 두 작품에서 그런 부분을 맞긴 했다. 꼭 코미디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리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좋은 두 배우와 일을 하면서 같이 기분 좋아질 수 있으려면 긴장과 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 중 거의 처음으로 흥행과 비평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각색 과정에서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다. 비극적으로 풀어내는 게 더 편하긴 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는 다른 좋은 영화들에서 이미 비극적으로 마무리한 게 있다. 시간도 많이 지났고, 이제는 희망적인 엔딩으로 끝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엔딩이 상업적인 고려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상업적인 고려보단 희망적인 엔딩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해피엔딩이라고 하지만 난 서글픈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한국에서는 살 수 없어서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게 아니냐. 그 자체가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 직접적으로 내레이션을 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현재 엔딩이 제일 맞다고 생각했다.
ⓒ홍봉진기자 honggga@
-'영화는 영화다'도 굉장히 적은 회차로 촬영했다. 이번에도 68회차로 촬영했다던데.
▶김기덕 감독님에게 배워서 그런가. '영화는 영화다' 때보다 행복한 여건이긴 했지만 제작비가 그리 넉넉하진 않았다. 그래서 효과적인 촬영을 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의형제'는 크게 세 단락으로 구성됐다. 과거, 현재, 그리고 의형제로 거듭난 뒤. 톤이 약간씩 다른데 균형을 잘 잡았는데.
▶원래는 색까지 톤이 다르게 하려했다. 그런데 그렇게 했다간 각 부분이 균형을 잃을 것 같았다. 세 부분이 자연스럽게 관객에 전해지도록 애썼다.
-한국에 정착한 북한 사람을 이주노동자에 비유했는데.
▶그렇다. 새터민과 이민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강동원 캐릭터는 탈북한 군인 캐릭터를 빌었고. 햄버거를 처음 먹고 자존심이 강했다. 그런 것을 더욱 보여주고 싶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 특징은 남북 관계에서 시작했지만 강압적이지 않게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지금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은 다음 기회를 빌릴 수밖에.
-철거촌, 시골, 도심 뒷골목 등 다양한 공간이 영화 속에 또 다른 주인공처럼 등장하는데.
▶연기적인 부분은 배우가 만든다면 제3의 주인공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한국과 서울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상적인 아파트나 주택가 골목, 종로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액션 장면이 펼쳐지는 게 훨씬 리얼하게 보여질 것이라 생각했다. 물량을 강조하는 다른 영화와 차이점이기도 하고.
-'영화는 영화다'도 그렇고. 두 남자의 관계를 멜로처럼 묘사했는데.
▶그렇다. 동성애랑은 다른 멜로 같은 느낌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신인에 다른 영화 경험도 없었다. 현장 스태프 중 영화경험이 더 많은 사람들도 많았을 테고.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찍을 영화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운이 좋았다.
-두 작품 모두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차기작은 직접 쓰는지. 또 남자 이야기인가.
▶남자 이야기는 하면 할 수록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다음 작품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내가 쓰던 시나리오를 받던 매력있는 이야기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