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레이싱을 마친 이승훈의 모습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2개의 메달을 안긴 이승훈(22, 한국체대) 선수가 겸손한 태도로 호감을 얻고 있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은메달로 한국 빙속 사상 최초의 메달을 선사한데 이어, 24일(이하 한국시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12분58초5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록에서는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에 근소한 차이로 뒤졌지만 크라머가 같은 코스를 중복해서 타는 실수로 실격을 당해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마음이 들뜰 만 한데도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승훈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땄다”고 자신을 낮췄다. “다음에는 크라머 선수와 정정당당하게 붙어서 이기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승훈은 이날 경기에서 함께 레이싱을 펼친 네덜란드 선수를 한 바퀴 이상 따돌리는 역주를 선보였다. 그런 이승훈이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추월이 자주 일어나냐"는 한 매체의 인터뷰 질문에 "제가 스피드 스케이팅을 잘 몰라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대신 "추월할 때 짜릿함을 느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 같은 인터뷰를 접한 네티즌들은 “재치있는 답변이다”, “너무 솔직한 것 아니냐”며 연신 "귀엽다"를 연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이 1만m 종목을 치른 경험은 겨우 2번. 이 가운데 국제대회는 지난 1월 일본에서 열린 2010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유일했다.
그럼에도 해설자가 “다른 선수를 한 바퀴나 앞서는 광경은 처음 본다”고 할 정도의 뛰어난 실력을 증명한 것이다. 1만m 종목 도전 3회 만에 올림픽 신기록까지 이끌어낸 것은 가히 ‘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이승훈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크라머의 실수에 대해 멋쩍게 웃으며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 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국제경기 겨우 두 번째 인데 뭔들 두 번은 봤겠느냐”며 부족한 경험에도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호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