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지태 ⓒ 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에겐 누구나 편견이 있는 거죠. 현장에서 느끼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게 됩니다"
배우 유지태는 현장에서 꼼꼼하면서 까칠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혹자는 영화 배우이면서 감독으로 뛰는 그의 활약상에서 그 이유를 찾아 '유감독'이라 전했다. 유지태는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그것에 대해 왜곡된 시선이 생길까 조심스러워 했다.
유지태는 "연기자는 영화로 이야기 하자면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남아있는 나날' 같은 느낌이다"며 "배우는 감독을 대변하고, 감독의 예술성을 옆에서 잘 살려주는 능력자다. 그런 점에서 제 주장을 함께 펼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연출을 직접 하기 때문에 편견이 심해진다는 것을 느낀다"며 "무엇을 이야기하더라도 쉽게 말을 꺼내지는 못한다. 행동으로 보이려고 말을 아끼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유지태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까칠하다는 주위의 편견에는 자신에 대한 곧은 자세가 깔려 있다. 그는 주위에서 인간 유지태의 모습을 봐주기를 당부했다.
"만약에 10명 중에 1명이 저를 나쁘게 평가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저한테 문제가 있는 거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게 제 목표다. 유지태에게는 배우 유지태와 인간 유지태가 꿈꾸는 부분이 있다"
배우 유지태 ⓒ 이명근 기자 qwe123@
그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애'에서 쌍둥이 형제 진우와 진호 역을 맡아 데뷔 후 첫 1인 2역을 소화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매력의 쌍둥이와 한 여자의 운명적 사랑을 다룬다. 상황은 다르지만 전공인 멜로로 돌아온 셈이다.
관객들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 변주를 해온 유지태 중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말했던 멜로의 유지태를 기억한다. 그는 '비밀애'를 대중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파격적인 멜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파격에는 '올드보이'에서 호흡을 함께 맞췄던 배우 윤진서의 수위 높은 베드신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유지태는 "노출을 한 것보다 치열하게 찍었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어떻게 보면 소재가 막장일 수 있지만 대중들과 호흡하기 위한 고민한 영화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는 첫 사랑을 느끼는 듯한 베드신부터 동물적 본능의 섹스까지 다양한 느낌이 담겨 있다"며 "노출보다는 감정을 느껴주기 바란다. 더 이상 노출 여부가 중요한 때는 아니지 않냐"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에게 '비밀애'는 1인 2역을 연기하는 것과 동시에 두 명의 감독과 작업해야 하는 고충도 있었다. '비밀애'는 시나리오를 썼던 권진연 감독에서 각색을 담당했던 류훈 감독으로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유지태는 "'비밀애'는 1인 2역을 해야하는데 감독님의 구체적인 콘티뉴티가 없어 힘들었다"며 "권진연 감독님은 쌍둥이 역을 동전의 양면성처럼 모호하게 하길 원했고 류훈 감독님은 진호 캐릭터에 더 애정을 보이셨다. 두 분의 성향이 많이 달랐다"고 전했다.
또 그는 "영화는 현장의 변수가 많은 곳이고, 이번이 19번째 영화지만 19번 보는 모두 방법이 달랐다. 현장에 맞추는 게 배우의 역할이 아니겠냐"며 말을 아꼈다.
배우 유지태에게 '비밀애'는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는 영화가 될 전망이다. 처음에는 예술영화에 가깝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대중들에게 좀 더 편안하가 다가가는 상업영화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영화의 특성상 대중과 예술 양 갈래의 길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기에, '비밀애'는 자신의 장기를 살린 영화로 기억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흥행과 평단에 호평을 받았던 '올드보이'는 일본 만화가 원작으로 상업성을 추구하려고 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님 왈 연출을 하면서 점점 재미있어 졌다고 한다. 영화는 자본이 투입되고 소통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대중성과 작품성이 혼재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쪽만 추구하는 영화는 없다고 본다"
그는 앞으로 '유지태' 이름 하나만으로도 투자가 되는 배우를 꿈꾼다고 전했다. "이명세 박광수 감독님 같은 중견 감독님들과 작업하고 싶다. 결국 다양한 감독님들과 작업하기 위해서는 제 이름 하나만으로도 투자가 되는 배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