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호' 성동일의 재발견②

김수진 기자  |  2010.03.05 10:49


죽음을 맞는 순간에도 허허실실, 자신의 입에 저승 가는 노자돈 엽전 2냥을 넣으며, 발가락이 가렵다며 긁어달라며 웃는 남자.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수목미니시리즈 '추노'(극본 천성일·연출 곽정환) 천지호의 얘기다.


천지호는 극중 한수 이북 최고의 추노꾼이었으나, 과거 자신의 수하인 대길이가 조선 최고의 추노꾼이 되면서 자존심 및 존재감이 바닥에 떨어져서 뒹굴어 다니던 인물. 황철웅(이종혁 분)에게 자신의 부하들을 모두 잃고 복수의 날을 갈았다. 물론 대길에 대한 애증도 가슴에 품은 채.

승냥이처럼 살아온 천지호에게도 눈물은 남아 있었다. 송태하(오지호 분)와 함께 황철웅에게 잡혀 사형대 앞에 선 대길을 제 혼자 구하겠다고 나서겠다가, 송태하를 구하러 온 무리의 도움으로 어찌됐던 목적은 달성했다.


대길과 함께 황철웅 무리의 공격을 피해 달리던 천지호, 대길을 향해 날아온 화살에 심장을 관통했다. 그 몸을 이끌고 산속으로 몸을 피하지만 결국 미련 없는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눈물이 말라버렸을 대길도 천지호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고, '나는 천지호야'라고 마지막까지 허세를 부리던 천지호도 이별의 순간 눈물을 흘렸다.


시청자들은 작렬한 죽음을 맞은 천지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성동일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코믹 드라마나 영화에서 각인된 이미지인 '빨간양말' 성동일이 아닌,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배우 성동일에게 진심어린 시청자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성동일은 이 드라마에서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았다. 방송초반 노비패들의 하얀 치아가 지적됐을 당시에도, 좋은 예로 성동일이 거론됐다. 분장을 통한 누런 치아, 떡 진 머리, 외향적으로는 어느 것 하나 추노꾼에 모자람이 없었다.

더욱이 그의 빛나는 연기는 성동일이라는 존재감을 급부상시키며, 배우 성동일에 대한 재평가를 이끌어 냈다. 성동일의 강한 인상을 심어준 작렬한 퇴장에 이날 '짝귀'로 첫 등장한 안길강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정도다.


천지호는 죽었지만, 배우 성동일은 명품배우로 재평가되며 연기인생의 제 2의 봄날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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