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왼쪽)과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할리우드가 그리스 신화에 빠졌다. 2010년 초, 유례없는 파란 피부 외계인들을 내세워 박스오피스 뒤흔든 할리우드는 이번엔 과거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세계의 고전,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 삼은 작품들을 연이어 내놓으며 새롭게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오는 4월 개봉하는 '타이탄'은 그리스 신화에 기댄 할리우드의 2010년 기대작들이다.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은 그리스 신들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半神半人) 데미갓들의 활약을 그린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그리스 신화를 꼼꼼히 읽은 관객에게는 상상해 온 신화 속 주인공들과 현대를 배경으로 되살아난 인물들을 비교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등 그리스의 3대 신과 메두사, 히드라, 케로베로스 등 그리스 신화의 인기 괴수들이 개성 만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반면 '타이탄'은 신화 속에 그대로 카메라를 들이댄다. '아바타'의 히어로 샘 워딩턴이 주인공 페르세우스 역을 맡았다. 페르세우스는 인간을 위해 지옥으로 길을 떠나는가 하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돌이 된다는 괴물 메두사를 처치한 그리스 신화의 대표 영웅. 샘 워딩턴은 환상적인 파란 피부 대신 근육과 갑옷으로 무장했다. 공개된 스틸컷에선 검정 페가수스, 금빛 메두사 등 매력적인 괴수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타이탄'(왼쪽)의 메두사와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의 메두사
할리우드의 그리스 신화 사랑은 옛 히트작 곳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에 등장했던 문어 괴물 크라켄은 그리스 신화에서 페르세우스와 결전을 벌였던 거대 괴수이고, '매트릭스'에서 이름을 빌린 꿈의 신 모피어스, 지옥의 여주인 페르세포네, 예언자 오라클 역시 그리스 신화의 주요 인물이다.
고전 서사극 '트로이'나 '300'에서도 그리스 신화의 향취가 진하게 풍긴다. 신화와 역사를 오갔던 그리스 음유시인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덕분이다. '일리아드', '오디세이아'의 호메로스는 영화 '트로이'의 배경이 된 트로이 전쟁에 페르세우스, 테세우스와 함께 그리스 신화 3대 영웅으로 꼽히는 아킬레우스가 참전해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고전을 내세운 할리우드의 새 전략에는 이미 성공의 조짐이 비친다.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은 이미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리스 신화는 아니지만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프 삼은 팀 버튼 감독의 영화가 이미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러셀 크로우가 연기하는 의적 로빈 후드도 국내 극장가를 노크할 태세다. 과거로 눈길을 돌린 할리우드의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