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속사포랩, 시합분위기 같아 서운"(인터뷰)

이수현 기자  |  2010.03.11 08:21


한 번은 우연이다 치자. 하지만 우연이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니게 된다.

지난해 아웃사이더의 선전은 '우연'일 수 있다. 1초에 17음절이라는 믿기지 않는 속도의 랩을 접한 대중들이 호기심에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인'까지 인기행진이 이어지고 나니 아웃사이더의 인기는 '우연'이 아닌 '진짜'가 됐다.

"'외톨이' 이후로 제 눈에 보이는 것도, 주위 환경, 저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변했어요. 고민이 많아졌죠. 원래는 3집을 준비하다 과도기적인 제 불안정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2.5집을 내게 됐죠. 순수한 제 표현방식을 알리고 싶어 중학교 때부터 썼던 에세이를 묶어 북앨범 형식으로 만들어 봤어요."


아웃사이더는 이번 미니음반을 통해 노래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음반에 실린 에세이와 사진이 모두 아웃사이더의 작품이다. 미니홈피의 일기장처럼 감춰왔던 자신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공개해놓자 아웃사이더에게는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는 묘한 기쁨이 돌아왔다.

"제 노래 가사들은 다 제 실화에요. 특히 '바람이 불면 너가 떠올라'라는 곡은 지난해 죽은 제 친구 이야기를 담았죠. '외톨이' 이후 다양하고 멀리 있는 주제보다는 제 주변과 안을 돌이켜보게 됐어요."


좀 더 솔직하게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었다는 그는 정규 2집 타이틀곡 '외톨이'의 성공이 자신에게 하나의 강박관념으로 다가왔다는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외톨이' 이후에는 숫자에 대한 강박관념이 생겼어요. 1위, 미니홈피 방문자수, 댓글수 같은 것들 있잖아요. 적으면 실망하고 지치게 되더라고요. 불안하기도 하고. 하지만 28살이 되고 나서 채우기보다는 버려야할 것 같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새 음반에는 '숫자놀음'이란 곡도 실어보려고요. 이젠 숫자에 초연해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어느덧 아이돌 천국이 되어버린 가요계. 오랜 기간 동안 반복되는 노래와 화려한 볼거리에 지친 대중들에게 아웃사이더의 노래는 하나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을 터다. 하지만 정작 아이돌과 함께 활동하게 된 아웃사이더는 즐겁다. 보다 어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란다.


"가요계에 어린 친구들이 많아지다 보니 저도 덩달아 어려진 것 같아서 좋아요. 평생 나이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살고 싶어요. 늙어가는 것도 멋지게 늙고 싶죠."

그렇다면 이제 인기라는 가수로서 가장 얻고 싶을 만한 선물을 받아든 아웃사이더가 더 원하는 건 뭘까. 그는 두 글자로 대답했다. "소통"이라고.

"이제는 빠른 랩 외에도 주제나 소재로 노래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앞으로 더 외롭고 더 슬픈 랩을 하려고요. '주변인'에는 일부러 말을 버벅대는 부분이 있어요.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더듬거리는 랩으로 표현한 거죠. 제 외로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로 몸부림을 쳐봤어요. 하하."

아웃사이더 ⓒ사진=스나이퍼사운드 아웃사이더 ⓒ사진=스나이퍼사운드


'외톨이'의 성공 이후 주위에서는 아웃사이더의 '속사포랩'을 따라하는 이들이 많이 생겼다. 가수 케이윌은 아웃사이더와 한 무대에 서서 아웃사이더 못지않은 속사포랩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어느덧 개인기처럼 되어버린 '속사포랩'을 보는 아웃사이더의 시선은 어떨까.

"제 노래 '외톨이'가 한 때 노래방 차트에서 1위를 했어요. 다들 이상하게 '외톨이'를 따라 부르고픈 심리가 있었나 봐요. 원래 노래방 잘 안 가는데 하루는 친구들과 가게 됐어요. 옆방에서 '외톨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2시간 동안 '외톨이'만 부르더라고요. 뭔가 시합분위기인 것 같아서 서운했어요. 가사를 잘 음미해주길 바랬거든요. 어쨌든 제 노래를 그렇게 오래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계속해서 소외당하고 소위 주류에 어울리지 못한 이들을 주제로 삼아 이들을 대변하고 위로하는 노래를 주로 부르고 있는 아웃사이더는 앞으로도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갈 생각이다.

그에게 고민이 있다면 최근 일본 만화가 소다 마사히토의 '출동! 119 구조대'에서 읽은 문구다. 주인공인 소방관이 "우리는 자연재해와 화재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화재나 재해가 없어지면 우리도 없어지는 게 아니냐"고 하는 말.

"지난 음반은 '어떤 부분을 대중들이 좋아할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가장 솔직한 제 경험을 꺼내다보니 다들 자기 이야기 같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감췄던 부분을 제가 잘 끄집어 낸 거죠. 제 음악은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해요. 외로운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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