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응원 장면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SBS의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독점 중계에 이어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까지 독점을 고집하면서 국민적 관심의 국제적 스포츠 축제가 연달아 중계는 물론 취재까지 독점의 늪에 빠질 우려가 커졌다.
오는 6월 개최되는 남아공 월드컵과 관련, 방송 3사가 중계권 협상을 아직까지 마무리짓지 못한 가운데, 현재 중계권을 갖고 있는 SBS를 제외한 KBS나 MBC는 취재조차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져 귀추가 주목된다.
방송제작 및 취재를 위한 경기장내 출입 카드인 AD카드 신청 기한이 지난달 이미 마감됐지만, SBS 외에 KBS와 MBC는 카드 신청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SBS는 총 120장의 AD카드를 신청했다. 중계권자인 SBS가 KBS나 MBC가 요청한 AD카드를 대신 신청해 분배해야 했지만, SBS는 신청 만료일이었던 지난달 28일까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SBS가 신청한 AD카드 120장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추후 MBC와 KBS에 분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MBC 이도윤 스포츠제작부장은 "SBS에 AD카드 신청을 했지만 SBS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기본적으로 중계권 타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에 논의하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부장 역시 "핵심적인 것은 중계권 협상 타결"임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지난 밴쿠버 올림픽 초창기처럼 SBS를 제외한 KBS, MBC가 중계는 물론 보도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타결이 된다면 현장 중계 보도가 불가능하다는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취재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SBS가 아닌 다른 지상파 채널에서는 보도조차도 짧은 화면과 자막으로만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지난 밴쿠버 올림픽 당시에도 중계권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KBS와 MBC는 현지에 취재진을 파견하지 못했다. 초반 3일간 SBS에서 제공받은 단 2분의 영상으로 경기 소식을 전해야 했던 KBS와 MBC는 사실상의 보도 포기를 선언했다가 이후 극적인 타결로 보도에 동참한 바 있다.
한편 방송3사는 15일 오후 '정당한 사유없이 중계방송권의 판매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킨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와 관련해 방통위에서 대표자 의견 진술에 나선다. 각 사당 1시간씩의 의견진술은 중계권 논란과 관련한 각 방송사의 최후 진술이 될 전망이다.
막판 협상 가능성이 흘러나오고는 있지만 장담할 수 없다. SBS가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이상 방통위가 시정명령 이상의 공동 중계 명령을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