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전반적으로다 귀가 즐거운 이유

김관명 기자  |  2010.03.17 19:15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화백, 오포교, 업복이, 좌의정, 황철웅, 대길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화백, 오포교, 업복이, 좌의정, 황철웅, 대길


KBS 사극 '추노'는 볼거리의 성찬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귀가 더 즐겁다. 지체 높으신 좌의정(김응수)부터 훈련원 무관(오지호 이종혁)과 포교(이한위)를 거쳐 추노꾼(장혁), 화백(안석환), 왈패(안길강)에 노비(공형진)까지 총출동하니, 이들이 쏟아내는 말은 다양하게 차고 넘친다.


가장 중독성 있는 말투와 억양은 역시 시도때도 없이 "말이여? 당나귀여?"라는 말장난을 해대는 방화백이 우선이다. 작은 주모를 좋아해 엉덩이를 만지다 큰 코 다치게 생기자 얼른 내뱉는 말투가 능글맞기로는 최고다. "만진 거~~여? 가다 스친 거~~지?"

그러나 어느날엔 대길(장혁)에게 당하고, 또 어느날엔 천지호(성동일)에게 당하다 지금은 오포교에게 당하는 힘없는 소시민 캐릭터이기에 방화백의 개그는 자못 안쓰럽고 비장미가 있다. 참고로 방화백이 자주 쓰는 "말이 그렇다는 거지, 뜻이 그렇다는 거여?"는 작가 천성일씨가 사석에서도 자주 쓰는 말이다.


'추노'의 대표 코믹 캐릭터 오포교도 방화백 못지않다. 오포교는 원래 권력의 끝자락에서 기회주의적이고 돈까지 밝히는 인간말종 캐릭터인데다 이를 '걸어다니는 애드리브 사전' 이한위가 맡았으니 이미 그 중독성은 예상했던 바. 무엇보다 이한위가 작정하고 유행어로 만든, 그래서 문맥에 안맞기 일쑤인 "전반적으로다"가 압권이다. "전반적으로다 당신들,(겁주는 듯 하다가) 좋아~아주 좋아~~."

지금은 죽어 등장하지 않지만 천지호의 말투 역시 셌다. "이 봐 대길이, 나 언니야, 언니. 나 천지호라고. 천~지~호~~~." 막무가내로 길게 떼쓰는 스타일의 이 말투는 범인 줄 모르고 키웠던 대길에 대한 원한과 속정, 아랫것 추노꾼이라고 무시하는 윗 양반네(특히 황철웅)들에 대한 복수심과 맞물려 더욱 표독스럽고 절절하게 들렸다.


짐승남들이 우글거리는 '추노'의 몇 안되는 소심남 업복이(공형진)의 구수한 사투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거니' '~다니'로 끝내는 말투가 이상하게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거, 사람 이렇게 막 죽여도 되는 거니?" "니 또 다리 아픈 거라니?"

이밖에 황철웅의 장인인 좌의정(김응수) 대감의 말투도 묘하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으면서도 '하시게'체를 쓰는데 본인한테도 '하시게'를 쓴다는 것. 그런데도 이게 어색하지가 않다. "그런 기개도 없으시면서 어찌 벼슬을 하신다고 그러시나? 나도 이제는 그만 들어가 보셔야겠네."

그럼 주인공 대길과 송태하의 말투는 어떻게 들렸는가. 장혁은 양반 출신의 추노꾼답게 그 말투와 억양의 진폭이 매우 크다. "나, 이대길이야"라고 내지르는 폼은 천지호 밑에서 컸으니 비슷한 게 당연지사고, "그러니까 깨방정 떨지말고 가만히 엉덩이 붙이고 있으라고 그랬지? 이 시러배 자식아"라는 왈패 스타일도 그 바닥에서 컸으니 안하는 게 이상한 일. 그럼에도 "그래도 내, 언니 대접은 해드리이다" 식의 겸양어에서는 과거 양반집 도련님 시절의 말투가 살짝 묻어난다.

이에 비해 한평생 양반으로 살았고, 양반 '혜원'(이다해)은 알아도 노비 '언년이'(이다해)는 모른다며 조선 무관의 계급의식의 한계를 보였던 송태하는 역시나 점잖고 차분하며 권위적이다. 그래서 월악산 짝귀(안길강)한테는 "말끝이 심하게 짧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말 하지 말랬다. 너랑 싸울 시간이 없다." 물론 훈련원 동기 황철웅의 말도 짧기는 오십보백보다. "질문은 내가, 대답은 네놈들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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