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 "예쁜 척 하는 게 제일 힘들어"②(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0.03.24 09:14
배우 공효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동훈 기자 photoguy@ 배우 공효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동훈 기자 photoguy@


종영 보름이 훌쩍 지났건만 MBC 드라마 '파스타'(극본·연출)의 여운은 쉬 가시지 않는다. 공효진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그런 여자가 어디 있을까 싶은, 사랑스러운 요리사 유경을 자신처럼 살아낸 그녀에게도 그 여운을 느낄 시간이 필요하다.


"작품 끝나고 나면 여운이 가는 작품도 있고, 정말 잘 찍고 좋은 결과가 있더라도 끝난 게 시원하기만 한 작품도 있어요. 그냥 이렇게, 아직 드라마가 안 끝난듯이 일하고 있어요. 이야기도 하고, 되새기기도 하면서."

그 사이 훌쩍 여행을 다녀 온 공효진은 조용히 마음을 정리하는 중이다. 기다림이 반이었던 촬영 내내 스마트폰을 끼고 살다시피 하며 인터넷을 뒤졌지만, 정작 촬영이 끝난 뒤엔 반응도 잘 살피지 않았다.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고 예전 걸 보면 왠지 기분이 울적해질 것 같아서" 였다.


"어제 가족들이랑 즉흥적으로 '파스타'를 촬영하던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너무 반가웠어요. 주방으로 막 들어가고 싶고…. 내가 거기에 여유롭게 앉아있고, 열심히 했던 그 관자요리가 서비스로 나오는데,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엄마, 나 이거 정확하게 할 수 있어요' 하면서 먹었죠.

선균 오빠한테 마침 전화를 했는데, 행사에서 사람들이랑 같이 간장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고 있더라고요. 사람들 앞에서 하니까 너무 잘 되더라며. 자기는 벌써 레스토랑 갔다 왔다면서 '나도 기분 되게 이상했다' 하시는데, 기분좋은 목소리를 들으니 저도 기분이 '업'됐었어요."


셰프 최현욱으로 살았던 파트너 이선균 역시 그 여운을 느끼고 있나보다.

배우 공효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동훈 기자 photoguy@ 배우 공효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동훈 기자 photoguy@


2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모았던 '파스타'에는 거의 100%에 가까운 찬사가 쏟아졌다. 실감나는 주방에 대한 묘사, 사랑스러운 캐릭터, 그리고 이를 사랑스럽게 연기해 낸 배우들에 대한 찬사였다.

하지만 공효진의 배우 인생도 이미 10년을 넘어섰다. 그 사이 그녀도 자랐고, 세상도 알았다. 지금의 환호가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그녀는 안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들을 경험해보다보니, 김연아가 그랬다죠? '이것 또한 흘러가리라' 하는 이야기를 실감하게 돼요. 지금은 신인 때 정신없이 막 하는 시기가 지났잖아요. 스스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금방 사그러질 것에 대해 마음가짐을 잘 해야지.'

팬들조차도 막 열광할 때가 있고 다른 사람에게 눈 돌릴 때가 있잖아요. 예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대중을 잘 믿지는 않는다고. 워낙 많은 분들이 있고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다보니까, 안티에도 신경을 안 쓰지만 좋은 분들에게도 마음을 잘 안 주는 편이죠. 어떻게 보면 나를 배우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컨트롤하려고 노력해온 것 같아요."

배우 공효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동훈 기자 photoguy@ 배우 공효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동훈 기자 photoguy@


하지만 이번 서유경은 좀 달랐다. 구박데기 막내 생활을 3년을 참아내고, 요리사가 되겠다며 손목이 시큰하도록 프라이팬을 흔든 미련 곰탱이에다, '셰엡'의 말 한마디, 미소 한 자락이 좋아 토라져 울다가도 좋다 헤헤 웃었던 이 '붕어' 서유경은 공효진에게도 사랑스러운 친구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더 오래 사랑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옆집 언니처럼 편안함이 있는 캐릭터라서. 배우를 하면서 사랑하고 싶은 배우보다는 동경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어요. 옆집에 있을 것 같은 여자라 더욱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남아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미쓰 홍당무' 이후엔 진짜진짜 살가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좋긴 했지만 그건 너무 독하고 처절하고 그렇잖아요. 사람들한테 대중적으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발을 땅에 딱 붙이고 있는, 친구같은 캐릭터."

그럼 서유경이란 인물이 공효진에게는 어떤 사람으로 다가오는지가 궁금했다. '그 나이에 그렇게 살 수 있는 여자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공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며 가만가만 서유경을 추억했다.

"걔는 너무 단순하고, 배배꼬인것도 없고. 진짜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에요. 내 상사고, 존경하고 동경하는 셰프가 관심을 보이니까 살짝 뭐만 해주면 무조건 좋아하고. 너무 좋아해서 연예인과 팬 느낌도 나지 않아요?(웃음)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의심이나 잡생각 없이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살면 스트레스가 없을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고 깊이 자고…. 단순함이 매력인 여자였어요. 백치미가 있달까, 저는 백치미도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서유경의 묘미이기도 했죠."



그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이었을까? 공효진은 '파스타'를 끝낸 뒤 각종 CF가 탐내는 모델이 됐다.

그녀는 "이팔청춘에 그러지 못하고, 마이너로 가다가… 이제 시작이죠, 이제 갑니다. 럭셔리한 캐릭터도 좀 하고"라며 장난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정형화된 이미지를 요구하는 광고 촬영이 그녀에게 쉽지만은 않다. 사실 자기가 예쁜 걸 잘 모르고 수줍어하는 건 공효진의 큰 매력이기도 하다.

"예쁜 척 하고 그러는 게 힘들어요. CF 촬영이 제일 힘들어요. 이번에도 귀여운 척 해야했는데 '미치겠다' 하면서 찍었어요. 익숙해지면 철판 깔고 한다는데, 아직은… 그게 참.

연기 생활이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건 못하겠다 싶은 게 있어요. 베드신이라든지, 귀여운 척 하고 혀짧은 소리 내는 것. 어휴, 힘들어요."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4월이면 바로 임순례 감독과 함께하는 영화를 찍을 예정이고, 보다 많은 작품을 할 계획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파스타'에도 깜짝 등장했던 연인 류승범과의 결혼 계획은 없단다.

"결혼 계획은 전혀 없어요. 철없이 바쁘던 시절이 지나고, 지금은 작품을 진지하게 대할 수 있는 나이가 됐잖아요.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내 뜻이 반영된 작품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왔어요. 그 지금이 좋고 즐거워요. 일을 더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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