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발레리나들에게 대대로(?) 전수되는 얘기다. 이유는 발레를 할 때 발가락 사이의 근육 하나하나까지 느낄 수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움직임이 나오는데, 이렇게 몸의 섬세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연습을 하루도 게을리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이런 법칙이 발레리나들에게만 전해지는 걸까? 아니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얘기다. 주부가 몇 달 동안 음식을 안 만들면 요리감을 잃게 되고, 학생도 몇 달을 공부안하면 공부하는 리듬이 깨지며, 몇 달 쉬다가 다시 운전대를 잡으면 초보운전할 때처럼 약간 떨리게 되니까.
이건 연예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한 동안 연기를, 노래를, 방송을 안 하다가 다시 하게 되면 신인 때로 돌아간 듯이 긴장되고 떨린단다. 그런데, 단순히 ‘떨리기만’ 해도 다행이다. 문제는 ‘방송감’을 잃어버리는 경우다. 몇 년 동안 외국 생활을 하고 돌아오거나 출산, 군대 등으로 1~2년 방송을 쉬는 경우 ‘예능감’을 잃어버리고 조금씩 잊혀진 연예인들도 꽤 있지 않은가 이 말이다.
특히 남자 연예인들의 경우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다시 ‘방송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들 고민하는 거 같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무한도전’에서는 아예 대놓고 방송을 하지 않는가. 일명 ‘예능의 신’, 소집해제 한 하하가 공백기간 동안 놓친 ‘예능감’을 다시 되찾도록 교육 받는 프로젝트 말이다. 하하의 ‘예능감’, 공백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대로일까? 아님, 일명 ‘올드’한 지나간 개그감일까? 이건 뭐, 방송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봐야 할 문제다. 그런데, 왠지 그의 ‘예능감’은 아직도 살아있을 것 느낌이다.
도대체 이런 확신을 어떻게 하냐구? 과거 그의 모습들 때문이다. 방송이 아닌 출연자 대기실에서 만난 하하는 이름처럼 ‘하하’ 웃을 수 있는 게스트이다. 이게 뭔 소리냐? 지금부터 조목조목 풀어드리겠다.
일단 그는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는 그 프로그램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온다. 이 프로그램에 자신이 섭외된 이유가 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자신이 오늘은 주인공이 돼서 뭔가를 해야하는지, 아니면 그날 컨셉트에 맞춰 예능 프로그램에 익숙치못한 다른 게스트들을 받쳐줘야 하는지, 어떤 날은 말을 많이 해서 웃겨야하는지, 장기자랑 등 몸을 써서 웃겨야하는지 등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출연한다.
그래서 그가 고정 출연자가 아니어도 제작진들은 하하에게 뭔가를 편하게 부탁할 수 있다. ‘오늘은 000랑 주고 받으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라고 얘기하면, ‘알았어요. 오늘은 ***한 컨셉트면 되겠네’라는 식으로, 척척 받아준다는 얘기다. 그러니 어떤 녹화든 그가 있으면 든든할 수밖에.
물론 하하가 이렇게 되기까지 큰 시련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2000년 초반 시트콤 ‘논스톱3’에서 깜짝 인기가 있었지만, 그 이후에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그저 간간히 이런 저런 오락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출연하는 걸로 연예인 일을 근근히 이어갔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MC였던 강호동이 녹화가 끝난 후 그에게 ‘하하야, 준비된 사람만이 시청자를 웃길 수 있어. 그런데 넌 오늘 하나도 준비하지 않고 왔다’라는 충고를 했다.
그 순간 그는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으며 깨달았단다. 자신이 슬럼프에 빠져서 얼마나 안이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웃길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빵~하고 한방 터트린 것이 예전 X맨의 ‘김종국 따라잡기’였다. 그 이후로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철저한 준비를 하고 출연한다고 한다. 얼핏 보기엔 별 컨셉트가 없어보여도 그것도 준비된 컨셉트란 말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분명히 그러리라고 믿는다.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본격적으로 컴백하는 이번 주 ‘무한도전’에서 ‘뜨아악~ 손발이 오그라드는 어색함으로 못봐줄 것 같다’고 한다면? 그래도 믿는다. 하하가 금세 예전의 ‘예능감’을 찾을 거라는 걸 말이다. 왜? 처절하게 밑바닥을 쳤던 시련도 극복해냈으니, 2년의 공백기쯤이야 뭐, 거뜬히 해결할 수 있을테니까.
<이수연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