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떴는데도 안 변한 ★인 이유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10.04.08 13:40
‘친구들이 나한테 자꾸 변했대. 뜨니까 변했다는 거야.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괴로워. 난 하나도 안 변했는데, 왜 자꾸 변했다고 하는 거지?’


모 연예인(그의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이름은 공개하지 않겠다)이 술잔을 기울이며 씁쓸하게 말했다. 소위 뜨고나니 '사람 변했다'는 평가들을 자꾸 듣는단다. 그래서 괴롭단다.

아마도 연예인이 되고 스케줄 때문에 점점 바빠지다보니, 만나거나 연락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변했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신인 때부터 본 나로서는 이 사람이 뜨고 나서 뭐, 그렇게 변한 거 같지 않은데... 방송쪽이 아닌 곳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자주 못 만나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연예인들 중에는 '뜨고 나면' 180도 확 변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 같은 동료 연예인이 그런 얘기를 하기도 한다. '아무개는 대학 때 같은 과 선배였는데, 그 동안 방송국에서 만나면 친근하다가 요즘 좀 유명해지니까 건성으로 인사하더라. 서운하던데!'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는 역시 달랐다. 그의 성공이 단순히 '운'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목 빳빳이 세우는 거만함은커녕 겸손함 그 자체였다. 그가 누구인가, 바로 컴백 스타, '비'다.


몇 년 전 비가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에 들어갔다는 기사를 본 이후에 만났을 때 이미 그의 '겸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 박진영의 백댄서로 쫓아다녔을 때 만났던 무명 시절처럼 거의 90도로 배꼽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 컴백을 앞둔 그를 인터뷰한 후배 작가가 감탄하면서 얘기했다. '언니, 비는 진짜 자기 관리 철저하더라구요. 성공할 수밖에 없겠어요' 하면서 말이다. 그 후배의 몇가지 이야기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위해서 돈을 써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가족을 위해 쓰는 게 기본이요,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겐 돈을 썼지만, 뭔가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데 흥청망청 쓴 적이 없단다. 자신을 위해 써 본 돈이라고는 꽤 비싼 명품 시계 하나 구입해본 게 전부란다. 그것도 닳을까봐 아까워서 거의 착용하지않고 그냥 박스 안에 고이 모셔놓고, 가끔씩 들여다본다나?


후배 작가가 물었다. 돈도 많이 버는데, 왜 안 쓰냐구, 좀 쓰면 어떠냐구, 말이다. 여기에 대한 비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맞아요, 물론 쓸 수 있죠. 하지만, 저한테 흥청망청 돈을 쓰면 제 자신이 너무 변하는 거 같아서 싫어요. 예전에 어렵고 힘들었는데, 돈 있다고 갖고 싶은 거 막 사면 과거 생각 못하고 사람이 막 변질되는 거 같아서요. 데뷔 전, 신인 시절, 그 때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거죠, 뭐.'하는 게 아닌가.

솔직히 갖고 싶은 물건 좀 사면 어떤가? 그게 죄도 아니고 말이다. 스스로 번 돈, 자신에게 쓴다고 누가 손가락질 할 사람이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그는 자신에 대해 인색하리만큼 철저했다.

그러면서 얘기했다. 할리우드에서 '닌자 어쌔씬'을 찍을 당시, 제작사에서 배우의 편의를 위해 촬영장 근처에 호화로운 집을 마련해줬다. 하지만, 그걸 고사하고 좀 더 먼 곳에 작은 원룸을 마련해서 촬영기간 동안 머물렀다. 굳이 준 걸(?) 마다한 이유 역시 비슷하다. 호화로운 곳에서 대접 받으면 자신도 모르는 새 '사람이 변하게 될까봐' 걱정되어서였다고.

연예인들 중에, 유명인들 중에,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도 좀 잘나간다 싶은 사람들 중엔 과거 겸손하고 예의바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거만’해지는 경우가 꽤 있지않나? 그런 그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수근댄다. ‘그 사람 좀 잘나가더니 잘난 척 하더라! 역시 본성은 사람이 잘나갈 때 드러난다니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비는 늘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살고 있었다. '거만하게 변하기 싫어서’ 말이다. 그것도 다른 사람 눈 때문에 ‘관리’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변하는 걸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어서란다. 어떤가? ‘그는 역시 달라. 왜 성공할 수밖에 없는지 알겠어’ 감탄하던 후배 작가의 얘기, 공감되지 않는가? 그런 모습이 끝까지 변하지 않기를.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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