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우 박진희가 연기자들이 파파라치 등을 통한 과도한 사생활 노출과 악성댓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우울증과 자살을 시도한다고 석사학위 논문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박진희는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전공 석사학위를 받은 논문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2009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박진희는 논문에서는 마케팅에 대한 연구와 방송, 연예 산업에 관련된 자료를 검토해 연기자의 직업적 특성에서 기인한 스트레스를 9가지로 규정했다.
우선 고용불안정과 비정기적인 수입구조로 인해 스트레스를 꼽았다. 신인연기자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이나 월급제를 실시하는 일본과 달리 국내는 수입과 고용이 불안하기 때문에 생계유지를 위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 남성연기자 중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스타로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연기자들 역시 연기 외에 다른 직종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회보험과 노후대책이 없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건강상담을 하는 비율이 21.9%나 되며, 노후대책 상담이 40.8%가 된다고 밝혔다.
최근 영화산업이 점점 위축돼 연기자들이 더욱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점 또한 연구결과로 꼽았다.
수입의 양극화도 원인 중 하나로 설명했다.
실제 응답대상자 중 연소득이 3000만원 이상자는 16.8%였던 데 비해 500만원 이하는 28.0%로 양극화가 심각했다. 최근 방송 출연시기 또한 현재 출연 중이다고 응답한 배우는 43.2%로 60%는 현재 연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출연을 한 시점에 대해 6개월전이 23.5%였으며, 1년전과 3년전도 18.0%와 8.2%로 나타났다.
근무시간이 적정하지 못하고 휴일조차 드물어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위장병을 앓고 있는 연기자가 12.6%며 알코올 중독도 4.1%나 된다고 꼽았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감정노동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점도 우울증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박진희는 최근 휴대전화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연기자들의 사생활 노출이 늘어가면서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면서 연기자들이 정신적인 불안감을 느끼고 사회 기피현상까지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기자들은 가장 개인적인 영역인 사생활, 특히 열애설 공개에 신중한 데 비해 최근 파파라치식 보도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파라치식 보도가 늘면서 연기자들이 누군가에게 늘 감시당해 불안하다고 느낀다는 것. 이미지 관리에 대한 부담도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루머와 과도한 비방 댓글은 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연예인 악성 댓글을 분석한 결과 피해 연예인은 여성이 67.%였던 반면 남성은 30.0%로 여성연기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직업별로는 연기자가 47.5%, 가수가 32.5%, 개그맨이 10.0%순이었다.
악성댓글 내용으로는 임신 출산 낙태, 그리고 외모에 관한 글들이 각각 13.7%였다고 설명했다. 여성 연기자들이 훨씬 댓글로 고통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기자의 경우 노출 빈도가 낮기 때문에 악성 댓글에 가수보다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박진희는 이 같은 스트레스 원인들로 연기자들이 우울증과 그에 따른 자살생각을 한다는 점을 동료 연기자들을 설문조사해 실증했다. 박진희는 지난해 5월31일부터 6월13일까지 월평균 소득 1000만원 이상의 주연급 배우부터 100만원 미만의 조단역 연기자를 포함해 260명의 연기자를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연기자 중 38.9%가 우울집단으로 구분됐다며 이는 연기자 10명 중 4명이 임상학적으로 가볍든지 심하든지 우울증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특히 남성 연기자보다 여성연기자의 우울증이 심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는 질문에는 약 30%가 그렇다고 답해 연기자들의 자살 충동이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응답자 중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43.5%였으며,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 준비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20.8%였다.
응답자 10명 중 4명 정도가 구체적으로 자살방법에 대해 계획을 세웠으며, 그 중 2명은 실제로 자살을 위해 약을 모으거나 물품을 사는 등 준비를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박진희는 연기자의 특수성을 고려해 직무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근무환경이 필요하며, 생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개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또한 대중에 노출되는 것에 민감한 연기자가 정신건강상 어려움을 느꼈을 때 치료와 상담을 받기 위해 비밀이 보장되는 심리상담소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료들끼리 상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연예인의 우울과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엔돌핀이란 모임이 발족했으나 활동이 미비해 주조연부터 단연과 보조출연자까지 다양한 자조모임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