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여성연기자 60.2% 성접대 제의받아"

인권위, 27일 '여성연예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문완식 기자  |  2010.04.27 11:48
여성연기자의 60.2%가 성접대 제의를 받았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발표한 '여성연예인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연기자의 45.3%는 술시중 요구를 받았으며 60.2%는 성접대 제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책임연구원 이수연)이 지난 2009년 9월부터 12월까지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 소속 여성 연기자 111명, 수도권 소재 6개 대학 방송연예관련학과 재학생, 연기학원 수강생 240명 등 총 35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심층면접 조사에는 20대 초반~40대 후반 활동 경력 데뷔 1년차~27년차인 여자 연기자 12명, 여성 연기자 지망생 4명, 매니저, 연예산업 관계자 11명을 포함하여 총 27명이 참여했다.


“성추행, 직접적 성관계 요구받은 경험도 있어”

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 중 ▲연기자의 45.3%는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연기자의 60.2%는 방송 관계자나 사회 유력 인사에 대한 성 접대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조사대상 연기자의 상당수가 ▲듣기 불편한 성적 농담(64.5%), ▲몸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67.3%), ▲몸의 특정 부위를 쳐다보는 행위(58.3%) 등 언어적·시각적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추행, 직접적 성관계 요구 및 성폭행 피해 경험도 확인되었는데 조사대상 연기자 중 31.5%는 신체의 일부(가슴, 엉덩이, 다리 등)를 만지는 행위 등의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조사대상 연기자 가운데 ▲직접적으로 성관계를 요구받거나(21.5%), ▲성폭행·강간 등 명백한 법적 처벌 행위가 되는 범죄로부터의 피해를 받은 경험(6.5%)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자 지망생의 경우 연기자만큼은 아니지만 성희롱, 성접대 제의, 술시중 요구 등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부터 안전하지 않았다.


스폰서 관계 제의 사례 다수

설문조사 결과 여성연기자의 55%가 유력 인사와의 만남 주선을 제의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심층 면접에서도 스폰서 관계를 매개하는 만남은 연예계 주변에서 매우 일상적이고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사례로는 재정상황이 부실한 기획사가 여성 연예인을 매개로 스폰서의 지원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였는데, 이 때 해당 여성연예인은 기획사와 자신의 성공을 담보로 스폰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여성 연기자 지망생 다이어트, 성형수술 권유받은 경험 각각 72.3%, 58.7%"

조사 결과,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등 외모관리에 대한 요구를 받은 경험은 모두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이미 데뷔한 연기자들보다는 지망생들에게 그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초반인 한 조사 대상 연기자는 "너 짝눈이다, 눈 풀렸다, 눈 조금만 더 손대자, 이런 식으로 자꾸 얘기를 해요. 주로 회사 사람들. 회사에서 주로 성형을 시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증언했다.

"여성연기자 행사 무상 출연 강요 49.2%, 사전동의 없는 계약 양도 36.5% 경험"

기획사와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경험을 묻는 설문에 응답자들은 △모든 활동에 대한 일방적 승인과 지시, △일거수일투족 감시·통제 등 과도한 사생활 침해△홍보 활동 및 행사 무상 출연 강요, △사전 동의 없는 일방적 계약 양도 등의 경험이 많다고 답했다.. 또한, 감금에 준하는 인식 구속과 같은 극단적 피해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접대 거절 후 캐스팅 등에 불이익 경험한 여성연기자 48.4%"

조사 결과, ▲성접대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연기자 48.4%가 이를 거부한 후 캐스팅이나 광고출연 등 연예활동에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연기자 58.3%는 술시중과 성상납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처럼 여성연기자의 경우, 노동(연예활동)권 확보를 위해 성적 또는 신체의 자기결정권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적 상황 속에 놓여있어 그 문제의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여성연기자의 64.4% 사생활 폭로, 루머 유포, 개인적 정보 유포 등 피해 경험"

조사 결과, 연기자의 64.4%는 ▲인터넷 등을 통한 악성 댓글, ▲개인정보 및 나쁜 소문 유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욕설, ▲스토킹 등의 피해 경험이 하나 이상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여성연기자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연예매니지먼트진흥법 등 법제마련, 관계자 협의체 구성, 여성연예인의 자구노력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경우, 에이전트법을 제정해 사업자의 자격이나 자금조건을 정하고, 연예인과의 계약 체결 시 노동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연예산업 전반에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반영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또한 연예인 스스로 노조를 설립해 권리 보장에 적극 나서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연예매니지먼트진흥법 등 법제마련, 관계자 협의체 구성, 여성연예인의 자구노력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

이어 "우리나라도 관련 법 제정 등을 통해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자의 자격을 엄격히 정하는 한편, 연예인과 연예산업을 지원·육성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 또한, 공개 오디션 문화 정착, 방송사· 제작자 협회· 매니지먼트협회· 에이전시 협회· 연예인노조 등이 관계자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하여 자정 노력을 벌이는 것도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것을 위해 "가칭 연예인협회 등을 설립해 상담 창구 운영이나 멘토시스템 도입, 인권교육 등 연예인의 자구 노력도 중요하다"며 "또 대중과 언론도 팬문화나 보도문화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자성노력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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