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윤이 일을 냈다. 이름도 생소한 그룹 'UV'란 이름으로, 정체모를 검정 선글래스 남자와 팀을 이뤄 홀연히 등장한 그는 첫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 뮤직비디오로 '이건 뭔가' 하고 클릭했던 네티즌들이 모니터를 향해 마시던 물을 뿜게 만들었다.
중독적인 멜로디, 쏙쏙 와 박히는 가사, 센스만점의 뮤직비디오…. 네티즌이 열광했고, 에픽하이 타블로가 "세윤아 넌 천재다"며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UV는 후속곡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공연 섭외 요청에 응하기까지 했다.
1회성 이벤트로 생각했던 유세윤조차 의외의 반응에 '한동안 가야겠다'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질러벨 노래방에서 씨디 만들어준다고 해서 노래 하나 부른 느낌인데, 일이 점점 커진다"는 게 유세윤의 솔직한 고백.
유세윤은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을 기대하라는 말 대신 언젠가는 실망시켜 드릴테니 준비하시라"며 농담 반 진담 반 의미심장한 인사를 남겼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예상은 했나.
▶좋아해주실 줄은 알았다. 대박이 날 거라는 게 아니라, 싫어할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끼리도 '이걸 어떻게 싫어해'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은 몰랐다.
-출발은 어떻게 했나? 작업 기간은?
▶음악을 취미로 배우고 있었다. 평소에도 짬짬이 노래를 만들고, 뮤지에게 음악을 배우려고 찾아가고 했다. 참, 뮤지는 대학교 때 힙합 하던 친구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8년 친구다. 연습 삼아 만든 노래가 미니홈피에서 반응이 좋더라. 그래서 뮤지한테 '디지털 음원 만드는 데 얼마 드냐'고 했더니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그럼 내면 되겠다 해서, 나도 한 장 추억으로 앨범을 갖고 싶다고 시작한 일이다. 모두 한 달 정도 걸렸다.
-일이 점점 커진 셈이다. 앞으로 UV로 활동 계획도 있나.
▶정말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저는 질러벨 노래방에서 씨디 만들어준다고 해서 만든 느낌인데 큰일이다. 처음에는 이벤트성으로 생각했는데 리듬도 이미지도 잘 맞는 것 같아서 한동안 가보려고 한다. 이미 만들어둔 곡도 10개나 된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나.
▶저는 남이 웃는 것보다는 제가 웃는 것을 좋아한다. 제가 웃기는 걸 그대로 찍은 거다. 뮤직비디오는 같이 작업한 친구들이 대학 동기들이라 감이 비슷하다. 처음 회의부터 잘 맞았고, 촬영 같은 건 현장에서 즉석에서 한 게 많다. 레게 스타일은 뮤지가 제안했다. 잘 어울려서 한동안 이대로 갈 거다.
-스타일이 독특한데, 가장 많이 영감을 준 가수가 있었나?
▶1990년대 댄스가수에 대한 향수가 있다. 그립기도 하다. 요즘 우리가 꽂혀있는 최고의 그룹이 '탁이준이'다. 나중에는 트리뷰트 작업도 하고 그럴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영감을 많이 준 건 뭐니뭐니 해도 듀스다.
-타블로가 천재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는데. 차트에서 진짜 가수들과 경쟁하는 기분은?
▶제가 음악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천재라고 하는 것 같다. 사실 경쟁한다는 생각은 안한다. 뮤지는 실제 뮤지션이지만 UV 팀 자체는 이벤트성 가수라고 생각하니까. 마치 허구의 가수 같다. 기분은 좋지만, 그건 저희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자라도 그냥 잘 봐주시니까.
-완성도에 대한 만족도는?
▶원래 나르시즘이 강하다. 2만 프로 만족한다. 우리가 만들면서도 '이거 음원 대박나면 천재 아니야?' 하긴 했었다. 요즘엔 '우린 천재로 판명났다'고 그런다.(웃음)
-출연 섭외가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공중파 무대에 설 계획도 있나?
▶시간이 안 맞아서 큰일났다. 방송에서도 몇 군데 왔는데, 웬만하면 TV 매체는 안 하려고 한다. 개그맨이다 보니까 결국엔 이게 웃기려는 소재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다. 이게 예능의 소재처럼 보이는 건 싫다.
-방송인 유세윤과는 선을 그을 계획인 건지?
▶웬만하면 UV가 제 직업이랑은 연관이 안 됐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연관성이 있지만 최대한 연결하지 않고 싶다. 신나는 취미활동으로 시작했는데, 직업으로 느껴지면 하기 싫어질까봐.
-처음부터 돈 벌려고 시작한 게 아니라고 했다던데.
▶그건 맞다. 하지만 돈이 벌리는데 일부러 안 벌지는 않을 거다.(웃음)
-UV와 유세윤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사람들이 보통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 '기대에 누가 되지 않겠다' 이런 말을 많이 하지 않나. 저는 언젠가 실망시킬 것 같다. 준비하고 계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인정하는 감이 나락으로 떨어지든, 무슨 일이 터지든, 뭔가 찾아올테니, 믿지는 마시고 그냥 좋아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좋을 때 그냥 좋아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