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이병훈 PD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임성균 기자 tjdrbs23@
이병훈 PD는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용인드라미아에서 열린 MBC 창사49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동이'(극본 김이영·연출 이병훈 김상협) 현장공개에서 캐릭터 설정에 얽힌 뒷이야기를 밝혔다.
영조의 어머니이자 숙종의 후궁인 숙빈최씨를 주인공으로 삼아 새롭게 당시를 조명한 '동이'는 숙종과 장희빈, 인현왕후, 숙빈최씨 동이 등 주요 인물들을 새롭게 해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궁녀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가 하면 밤길 나들이를 즐기며 몸개그를 벌이는 지진희의 숙종과 우아한 지략가가 된 이소연의 장희빈 등은 새로운 캐릭터로 눈길을 끌고 있다. 대책없이 발랄한 '풍산동이'와 유약한 대신 위엄있는 인현왕후도 전혀 색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이병훈 PD는 71년도에 사극 '장희빈'의 조연출을 했고, 88년도에는 '조선왕조 500년-장희빈'의 연출을 했고, 다시 숙종과 장희빈의 이야기를 그리게 됐다며, 과거 연출 당시의 불만을 이번 기회에 해소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성과 통찰력을 갖춘 왕이 여인의 치마폭에 놀아나다 어린이 수준의 행동을 한다거나, 중인 출신으로 최초로 왕비에 오른 장희빈이 유치한 푸닥거리를 하다 사약을 받는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다고 이 PD는 말했다.
이 PD는 "숙종은 14살에 왕이 돼 수렴청정을 안 거치고 통치를 했다. 그만큼 똑똑했고, 20대에 송시열에게 사약을 내려 죽였을 만큼 중신들을 좌지우지한 카리스마 넘치는 절대군주였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또한 왕이 천편일률적으로 엄숙했을 리 없다. 자유분방한 임금이 있었을 텐데, 카리스마가 약하다면 또한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궁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 등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숙종을 그리며 고민도 걱정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런 왕이 있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튜더스'의 헨리8세처럼 숙종은 기본적으로 카리스마가 강하니까 자유분방하고 로맨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궁녀들에게 판타지를 주는 왕을 그려보자 했다"고 전했다.
장희빈에 대해서는 "총명하고 똑똑한 여자다. 똑똑해 왕비까지 되는 여자가 사당에서 푸닥거리를 하면서 인현왕후를 죽이라고 안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PD는 이번 작품에서 상궁이 푸닥거리를 하려고 하면 오히려 장희빈이 못하게 하는 모습을 담을 계획이다.
이 PD는 "왕의 총애는 그런 걸로 되는 게 아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희빈장씨는 태어날 때부터 왕비가 되려고 마음을 먹고 태어난 여자로, 왕과 늘 국사를 논할 정도로 똑똑한 인물로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장희빈이 동이에게도 질투가 있을 리 없다. 미천한 여자에게 관심갖지 않는다. 훨씬 미모도 뛰어나고 똑똑하다"며 "다만 숙종을 인간적으로 너무 사랑해서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여자한테 밀리는 것"이라고 '동이'의 다음 전개를 슬며시 귀띔했다.
이 PD는 타이틀롤 동이에 대해서는 "동이는 천민으로 자랐고 어렸을 적에 너무 눈물을 많이 흘려서 밝고 명랑하게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극중 장악원 노비에서 감찰부 궁녀가 된 동이가 수사하고 시체 분석하는 모습이 나온다며 "그런 전문적인 걸 하려면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명랑한 여주인공은 이병훈 PD가 '대장금' 시절부터 꿈꾸던 캐릭터. 이 모든 것이 더해져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풍산동이' 캐릭터가 탄생했다.
이 PD는 "이영애씨도 시도하다 안됐는데 유일하게 성공한 게 한효주"라며 "밝고 명랑하ㅗㄱ 유머도 넘치고 캐릭터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해했다. 이 PD는 "인터넷에서는 품위가 없다고 하더라. 노비 신세인데 품위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냐"고 너스레를 떨며 "동이는 총명하고 캔디같은 여자다. 또한 천민으로 태어나 자식을 뛰어나게 키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