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의 우영 ⓒ임성균 기자 tjdrbs23@
공부든 운동이든 음악, 미술 실기 시험이든... 1등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알 것이다. 1등을 한 번 하는 건 쉽지만, 계속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이다. 그래서, 1등은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해야한다. 그런데, 이건 학교 다닐 때 1등 학생에게만 있는 얘기는 아니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흔히들 최정상에 있는 스타들이 이런 얘기를 하니까. ‘지금은 최고에 있지만, 언제든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에 준비를 해요.’라고.
그런데, 컴백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쟁쟁한 스타 가수들을 재치고 모 음악 프로그램에서 2주 연속 1위를 한 그룹이 있다. 바로 짐승돌, 2PM이다. 최근 이들은 어떤가. 음악 프로그램에서 노래면 노래뿐만 아니라, 멤버 개개인들이 연기면 연기, 예능MC면 MC... 어느 자리에서나 빛을 발하며 활약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특히나 눈에 띄는 ‘그’가 있으니, 바로 우영이다. 그를 보면서 ‘잘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란 속담이 딱 떠오른다. 혹시 2PM의 팬분들 중에는 ‘아니, 우영은 이미 잘 된 나무인데... 왠 떡잎?’하고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2PM은 이미 나이가 적으면 ‘오빠~’로 나이가 많으면 ‘동생’으로, 모든 여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짐승돌인 거 맞다. 무대에서 달리고, 쓰러지고, 찢고, 부르짖는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순간 ‘와, 멋지다’라는 감탄이 오토매틱으로 흘러나오니까 말이다. 그런데, 대체 뭔 떡잎이냐구? 그건 바로 ‘유능한 MC감으로서의 떡잎’이다.
우영이 MC를 하게 된 건 '승승장구'에서의 불과 3개월 남짓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첫회에서 이미 그의 MC적인 재능, 예능돌, MC돌의 재능이 보여졌다는 점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토크쇼 MC라는 걸 했는데, 하자마자 그 모습이 보였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돌아볼 때, MC를 처음 하는 연예인들의 경우 대본에 쓰인 대로 ‘잘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는 한 프로그램의 MC 자리가 그리 호락호락한 건 아니니까.
아니, 시청자들은 둘째 문제라 치더라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어떤가? 기본으로 7~8대 대는 시커먼 카메라들과 뚫어지게 쳐다보는 PD, 작가들과 오디오팀, 조명팀 등등에 방청객, 구경하는 매니저, 코디들까지 합하면 한 프로그램의 녹화장은 기본 10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바글(?)거리게 된다. 그들이 모두 무대 위의 MC를 집중적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첫무대, 첫MC를 하는 입장에서 떨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대본을 틀리지 않고 잘 읽기만 해도’ 잘 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영은 어땠던가! '승승장구'에서 우영의 진행 모습을 보고 무릎을 딱 쳤다. ‘아하, 유능한 MC감이로구나!’ 하고 말이다. 특히나 첫회에서 대선배인 김승우와 우영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얘기할 때, 김승우가 으쓱하며 하려는 얘기에 ‘다음 주에요’라며 애드리브를 치는 우영을 기억하시는가!
현장에 있던 제작진도 미처 몰랐던 우영의 순발력에 깜짝 놀랐다고 하는데, 방송을 보는 순간 머리에 전구가 탁 켜지는 느낌이랄까? 그의 새로운 발견이 느껴졌다. 그걸 시작으로 우영의 애드리브는 방송 내내 계속됐고, 매주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승승장구의 여러 재미가 있지만, 특히 ‘우영이 오늘은 어떻게 진행할까?’를 관전 포인트로 보게 되는 게 말이다. 그리고, 우영은 매회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승승장구' 제작팀의 얘기를 살짝 들어보니 방송 이면, 대기실에서의 모습은 이렇단다. 방송에서 그렇게 ‘끝까지 지지않고’ 말을 받아치는 김승우를 비롯해서, 다른 선배 MC들에겐 90도 배꼽인사하는 예의바른 아이돌이라고. 그 반면에 ‘MC가 처음이라서... 자신이 없어요’가 아니라, 무조건 열심히 잘 할 수 있다는 자세로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까지 있다나. (건방짐이 아니라, 당당함이다) 그래서, 기죽지 않고 재치있게 MC를 보는 비결이 다 여기에 있는 것 같다고.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의 몇몇 정해진 MC 리스트에 초보 MC ‘우영’이 이제 막 추가되었다. 하지만, 딱 느껴지는 건, 훗날 우영이 MC로 대성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인데... 글쎄, 진짜 그럴지 안그럴지는 계속 지켜보는 일밖에.
<이수연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