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회 칸 국제영화제가 12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한다. 2편의 한국영화가 당당히 경쟁부문에 초청된 가운데 한국영화의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에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이 쏠린다.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나란히 진출했다. 두 영화 모두 칸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자랑하는데다, 한국영화의 묘한 수상 법칙까지 겹쳐 수상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이창동 감독은 홀로 손자를 키우다 난생 처음 시 쓰기에 도전한 여주인공 미자에게 닥친 일을 담은 영화 '시'로 2007년 '밀양' 이후 3년만에 칸 공식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창동 감독은 지금껏 5편의 연출작 중 3편을 칸에서 선보였다.
16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윤정희가 프랑스에 거주중인데다, 유명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아내로 널리 알려져 프랑스 내에서도 관심이 높다.
'하녀'도 그에 못잖은 화제작이다. 고 김기영 감독의 동명 원작을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원작 '하녀'는 디지털로 복원돼 2008년 칸 영화제 클래식 부문에서 상영된 바 있다. 임상수 감독으로선 2005년 감독주간에 초청됐던 '그 때 그 사람들' 이후 2번째 칸 입성이다.
2007년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의 새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기대가 높다. 전도연은 주인 남자의 은밀한 유혹에 자신을 맡긴 하녀 은이로 분했다. 원작과는 다른 전개와 결말, 팔색조 전도연의 흡인력 넘치는 연기도 눈길을 끈다.
더욱이 한국영화는 두 편이 칸 경쟁부문에 초청될 때마다 공교롭게도 주요 상을 수상하는 기묘한 우연을 경험해 왔다. '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진출한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밀양'과 '숨'이 초청된 2007년에는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 신기한 우연이 올해에도 과연 이어질까. 12일간의 일정을 마친 올해 영화제가 폐막하는 오는 23일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