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 유동일 기자 eddie@
배우 윤여정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할 만큼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영화 '여배우들' 출연으로 인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였다.
연기력으로 이미 인정을 받은 그녀지만, 그녀는 '무릎팍도사'에서 자신의 개인사를 가감 없이 솔직 담백하게 공개했고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중년 여배우가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무릎팍도사'가 나간 뒤에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문자함을 비우세요라는 메시지도 떴다.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가 예전보다 더 뚫어지게 보더라고. 이재용 감독도 선생님 사람들이 영화 '여배우들'은 기억 안하고 '무릎팍도사'만 기억해요라고 할 정도였다"
그녀는 당시의 반응에 대해 "제가 가르칠게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게 신선했던 거죠"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여배우들'에 의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면 당연히 이미숙이나 고현정을 떠올렸겠지만 홍보에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윤여정이 나선 것.
"제가 이혼한 여자고 자랑스러운 게 없어요. 성질도 곱지를 못해요" 인터뷰 내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진심을 전달하는 힘. 그것이 윤여정이 때 아닌 '핫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유다.
이번 영화 '하녀'는 그녀에게 여러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녀의 스크린 데뷔작인 '화녀' 김기영 감독의 다른 작품인 '하녀'의 리메이크 작품이고, 데뷔 후 처음으로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윤여정의 연기다. 훈(이정재 분)이 대변하는 부유층과 하녀 은이(전도연 분)의 갈등을 고조 시키는 히든카드 역할을 한다.
윤여정 ⓒ 유동일 기자 eddie@
그녀는 극중 두 번의 노출 장면을 찍었다. 욕조에 앉아있는 신과 상의를 탈의한 채 해방감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윤여정은 가장 찍고 싶은 장면에 '노출신'을 꼽았다. 이는 그녀가 함께 호흡한 전도연을 보면서 느낀 점이라고.
"도연이의 훌륭한 점은 노출이 살짝 드러날 것 같은 장면에서 카메라 워킹에 고민을 하면 제가 벗을 게요 라고 나선다. 사실 도연이는 저보다 젊기 때문에 노출에 더 힘들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찍으려는 거지, 노출에 중심을 두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나도 욕조신에서 상의를 벗고 찍을 걸. 그게 바로 병식의 모습일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그녀는 전도연이 감이 뛰어난 배우라고 전했다. 자신은 연습을 많이 하는 배우라면 전도연은 현장에서 느낌을 잘 살려내는 배우라고. "아마도 저는 연기를 오래하다 보니 감이라는 부분이 오염됐겠죠. 제가 안 해본 상황이 없을 것 아니에요. 연습을 통해서 그 습관을 버리려 해요."
그녀는 전도연과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전도연이 자신의 뺨을 때리는 장면을 선택했다. 후반부 은이가 뼛속까지 하녀인 병식에게 뺨을 때리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신이다.
"도연이한테 NG는 싫으니깐 직접 때리라 라고 했는데 감정으로 때리더라고. 제가 너무 아파서 대사를 못했어요. 임상수 감독에게 문자를 보내니 '도연씨가 전혀 의도는 없었구요. 그 케이스가 재수 없으면 고막이 터지는 건데'라고 답이 왔어요."
그녀는 '하녀'로 생애 처음 국제 영화제를 방문한다. 데뷔작 '화녀'로 시체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지만 정작 수상 소식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심지어 수상 트로피는 정작 안아보지도 못한 채 제작자 사무실에 놓여졌다고. 그녀는 13일 새벽까지 출연 중인 MBC '황금물고기' 촬영을 마친 뒤 칸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윤여정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연기를 하고 싶다. "늙은이가 뭐하겠어. 연기해야지." 하지만 그녀는 이내 자신의 본심을 내비쳤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하나를 남겼으면 좋겠다. 자타가 공인하는. 저 여자 정말 잘했다. 저 여자 아니면 못한다는 생각의 작품. 결국 더 하겠다는 뜻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