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하녀'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윤여정,이정재,임상수 감독, 전도연, 채희승 미로비젼 대표.
여왕이 돌아왔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칸을 다시 찾았다.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3년만이다.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하녀'가 초청되자 외신들은 큰 관심을 기울였다.
14일 오후1시(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본부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하녀' 공식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새벽에 칸에 도착한 전도연과 임상수 감독, 이정재와 윤여정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200여 국내외 취재진이 박수로 환영했다.
여왕의 귀환을 환영한 것.
이번 영화제에서 전도연에 대한 배려는 상당했다. '밀양' 때보다 업그레이드된 숙소를 제공했으며, '하녀' 기자시사회도 영화제 이튿날인 13일에 배정했다. 통상 영화제 초반에 화제작을 몰아넣기 마련이기 때문에 전도연과 '하녀'에 대한 기대와 예우가 그만큼 컸음을 알 수 있다. 13일 기자시사회에도 상영관인 드뷔시 극장에 1100여 좌석이 가득 찼다.
이날 전도연은 기자회견장에 '하녀' 속 순수한 모습을 대변하듯 하얀 드레스를 차려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칸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작품 선택 폭이 넓어졌는지를 궁금해했다"면서 "나 역시 기대했는데 작품에 대한 갈증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하녀'는 여배우가 만나기 힘든 작품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영화에 대한 관심보다 임상수 감독님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며 감독에 공을 돌렸다.
임상수 감독은 '하녀'로 칸영화제에 첫 경쟁부문에 초청됐지만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쳤다. 임상수 감독은 칸으로 출발하기 전 '하녀'가 이번 영화제 경쟁작 중 가장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해 "과장된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축제 끝까지 기다리면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50년 전 작품이다. 그 때 당시 한국의 사회상을 담았다면 이번 작품은 2010년 지구 전체에 깔려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50년 전과 지금 한국은 무척 달라졌지만 하녀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됐을 때 반응은 어떨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임 감독은 "히치콕의 영향을 받아 폐쇄적인 서스펜스에 주안점을 뒀다"면서 "히치콕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뒤틀고 보다 깊게 들어가 인생에 아이러니가 담긴 서스펜스를 주려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하녀'를 블랙 코미디로 받아들이는 시선에 "블랙 코미디나 풍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원래 인생은 블랙 코미디"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의 호평을 산 윤여정은 영어로 유창하게 질문에 답해 눈길을 끌었다. 윤여정은 "색다르고 훌륭한 경험이었다"며 '하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정재는 "훈이 진정한 집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진정한 집주인이기에 죄책감도 느끼지 못할 만큼 자신감이 큰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전도연과 이정재, 윤여정, 임상수 감독 등은 이날 오후 10시30분에 영화제 주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레드카펫을 밟은 뒤 갈라 상영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