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칸서 다크호스 급부상

황금카메라상 후보 관측도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2010.05.15 17:38


제63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현지에서 반응이 뜨겁다. 일각에선 황금카메라상 후보라는 소리도 나올 만큼 영화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이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장철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서영희가 주인공 김복남 역을 맡았다. 이번 영화제에 초청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영화인 대부분은 깜짝 놀랐다. 그만큼 장철수 감독과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적었기 때문이다.

장철수 감독과 서영희 등이 12일 칸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했을 때 현지 반응도 미지근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14일부터 시사회가 열리자 반응이 폭발적으로 바뀌었다. 세 차례 있었던 시사회는 마지막 오후 10시30분까지 관객이 가득 찼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외딴 섬에서 낮에는 남편에 쥐어터지고 밤에는 시동생에 강간을 당하면서도 딸 하나만을 바라보고 미련스럽게 일만 하는 여인 김복남이 딸의 죽음을 계기로 그동안 자신을 짐승 취급했던 마을 사람 전체에 복수를 꾀하는 내용이다.

쿠엔티 타란티노 초기작처럼 한 영화에 두 편의 영화가 유기적으로 담겨 있다. '긴급출동 SOS'와 하드고어 무비가 한 편으로 묶여 있다. 연출의 리듬감도 탁월하다.


특히 서영희의 연기는 일품이다. 남편이 안방에서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을 때도 마루에서 밥을 꾸역꾸역 먹던 김복남이 그런 연기 톤을 유지하면서 낫으로 사람들의 목을 썩둑썩둑 잘라내자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환호했다.

관객들은 서영희가 노예처럼 학대받을 때는 불편해하다가 복수를 시작했을 때부턴 발을 구르며 즐거워했다. 전형적인 설정과 사족처럼 따라붙는 에필로그가 거슬리지만 대부분 관객들이 엔딩 크레딧까지 지켜보며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반응에 장철수 감독에 대한 문의가 외신들에서 쇄도하고 있다. 장철수 감독은 15일 오후 칸 외곽에서 진행하는 무대인사 및 관객과의 대화 이후 오후 11시까지 외신들의 인터뷰를 강행한다. 시사회 직후 외신들이 잇따라 인터뷰 요청을 했다는 후문.


해외 바이어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소문이 나면서 마켓 시사도 일찌감치 표가 동이 났다. 칸필름마켓에서 해외 판권 판매를 대행하는 파인컷의 서영주 대표는 "컬트 호러 무비로 보는 것 같다. 반응이 좋아서 이번 마켓 초반에 여러 곳에서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비평가 주간에서도 영화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이다. 비평가 주간 관계자들은 장철수 감독 등은 15일 오후 따로 초청해 격려 자리를 가질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파리에서 비평가들을 대상으로 미리 시사회를 가졌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황금카메라상은 칸영화제에 초청된 신인 감독에 주어지는 상이다. 수상자는 단숨에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다. 지금까지 한국영화 감독이 이 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만일 장철수 감독이 황금 카메라상을 받을 경우 스타탄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김복남 살인사건'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아직 국내에는 상영 계획조차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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