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로 제 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이 미국 영화전문지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칸 영화제에 진출한 소감을 전했다.
할리우드리포트 인터넷판은 15일(현지시간) 칸 현지에서 이뤄진 이창동 감독과의 인터뷰를 비중있게 싣고, 칸 영화제와의 인연 및 영화 '시'에 대한 연출의 변 등을 보도했다.
이창동 감독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칸 경쟁부문에 오르는 데 대해 복잡한 마음이다. 꼭 시험을 치르는 기분인데, 사람들은 내 작품이 칸에 오는 게 마치 당연한 듯 여긴다. 초청을 받지 않는 걸 놀라워할 정도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대개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려고 한다. 이번에는 그게 시였는데, 영화에 대한 것일 수도 있었고, 혹은 우리가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일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몇 년 전 한 소도시의 10대 소년들이 자행한 여학생 집단 강간 사건을 접했다. 그것이 나를 사로잡았다"며 "이유 없이 그 것이 한동안 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여행을 갔다가 밤에 호텔방에서 TV 채널을 돌리다가 아마도 잠 못 드는 여행객을 노렸을 한 프로그램을 봤다. 평화로운 강에 새가 날아다니고 바다에는 어부가 있는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었는데, 부드러운 음악이 배경으로 깔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 끔찍한 사건이 떠올랐다, '시'라는 단어와 60대 여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렇게 이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영화에서 언급한 아름다움과 고통에 대해 "고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고통 없이 아름다움이 무슨 의미를 지닐까 싶기는 하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이 영화에서 시작된 질문 가운데 하나가 왜 시를 읽느냐는 거였다. 많은 생각을 했는데, 현실이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내 다른 질문은, '현실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는데 왜 우리는 더 이상 시를 읽지 않는가'였다"며 "나는 우리가 정말 시를 읽을 필요가 없는지, 그런 종류의 영화들이 우리 삶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지 묻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 곳곳의 여백에 대해서는 "관객들에게 보다 많은 여지를 주고 싶었다. 이건 비움의 과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몇몇 아이디어가 있지만 아직은 잘 모른다"며 "지금 시점에서, 특히 이 영화가 투자자들에게 너무 큰 손해를 끼치게 될 경우에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을지 분명치가 않다. 내 다음 영화가 더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한편 할리우드리포터는 "이창동 감독이 5번째 연출작에서 상반되지만 매혹적인 테마인 고통과 아름다움의 알레고리를 묘사하겠다는 대담한 선택을 했다"며 "'밀양'에서 시작한 용서에 대한 탐구를 계속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감독은 '특별한 테마는 없다'고 했지만 오프닝에서 고요한 강 위에 떠오른 시체 위로 떠오르는 '시'라는 글자는 '박하사탕', '초록물고기' 등 이창동 감독의 초기작이 묘사했던 순수성의 상실을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