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홍상수 감독이 63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 대상을 수상한 뒤 상장을 들고 서 있다.
홍상수 감독이 칸에서 '하하하' 웃었다.
홍상수 감독은 22일 오후7시4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드뷔시 극장에서 열린 제63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 시상식에서 이 부문 그랑프리인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주목할만한 시선상은 칸영화제 공식부문에 속한 상으로 본상 못지않은 권위를 자랑한다. 홍상수 감독은 장 뤽 고다르, 지아장커 등 이번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거장들을 제치고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한국영화로선 1984년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이래 26년만이며, 홍상수 감독으로선 1998년 '강원도의 힘'이 이 부문에 초청된 이래 6번 초청 끝에 첫 수상이다.
이만한 의미라면 더 크게 기뻐할만한 하지만 홍상수 감독은 그저 "하하하" 웃었다. 그는 "함께 한 친구들에게 이 상이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일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홍상수 감독은 이날 시상대에 올라서도 "다음 영화를 잘 만들라고 준 상이라 생각한다"면서 "스태프와 배우들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상수 감독은 "이 정도가 수상 소감이라며 뭐 더 할 게 있냐"고 특유의 도인 같은 미소를 지었다.
담배 한 대 피자며 시상식장을 나선 홍 감독은 머리에 안경을 올리는 예의 동작을 하며 "그냥 같이 사람들에게 그 정도로 보답을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도돌이표 대답 같다는 질문에 "나한테 뭘 원하는 거냐"며 또 다시 웃었다.
홍상수 감독은 곁에 있던 예지원이 감격에 겨워 눈물을 계속 흘리자 "워낙 천사 같은 친구라 그런다"며 다독였다. 예지원은 당초 이날 오전 시트콤 '볼수록 애교 만점' 촬영 때문에 칸을 떠날 계획이었지만 "관광이나 하자"는 홍 감독과 유준상의 채근에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가 수상의 기쁨을 함께 했다.
홍상수 감독은 "수상을 했다고 영화 하는 방식에 달라질 건 없다"면서 "생긴대로 그 때 그 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뷰를 쓸 생각이면 배우들과 스태프 이름 하나하나 써달라는 부탁도 했다.
인터뷰를 마친 홍상수 감독은 "오늘은 술 한 잔 할 생각"이라며 손을 흔들며 드뷔시 극장에 깔린 레드카펫을 밟으며 천천히 내려갔다. 유준상과 예지원, 홍상수 감독의 유쾌한 친구들이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