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응원해준 마음 안고 다음 여행 떠나겠다"(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2010.05.24 05:49
ⓒ23일(현지시간)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가 \'시\'로 제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뒤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가 '시'로 제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뒤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소 침울할 줄 알았다. 국내외 언론들이 입을 모아 '시'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점쳤던 터였다.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는 그러나 밝고 또 담담했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63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시'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칸에서 받은 다섯 번째 본상이었다. 하지만 워낙 기대가 컸던 탓에 실망도 컸다. 각본상 발표가 나자 국내 취재진은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정작 당사자들은 즐거워했다. 수상자 기자회견이 끝난 뒤 만난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는 한결 여유로웠다. 다만 윤정희는 약간 섭섭한 모양이었다.


각본상 수상이 아쉽지 않냐는 질문을 윤정희가 대신 받았다. "감독님은 본인 이야기니깐"이라며. 윤정희는 "그동안 '피가로'나 '르몽드'에 나온 평을 믿는다. 그동안 나도 감독님도 심사위원을 해봤지만 팀 버튼(심사위원장)과 우리 영화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희는 공식 상영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대동했다.

윤정희는 "감독님이 소설가로서 각본상을 받은 게 너무 좋다"고 더했다.


빙그레 웃던 이창동 감독은 "솔직히 여우주연상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다보니 내 이름이 불리니 윤정희 선생님에게 죄송하더라"고 말했다. 윤정희는 이날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 가장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혔다.

이창동 감독은 "윤 선생님은 영화를 본 관계자들의 반응을 이미 상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정희는 "비노쉬 평 솔직히 다 아시죠"라고 새침하게 덧붙였다. 좌중이 이내 웃음바다로 바뀌었다.

환하게 웃던 윤정희는 "한국 관객들이 이런 차원 높은 영화를 아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시'의 국내 흥행 저조에 향후 영화 연출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이창동 감독은 "글쎄, 수상이 다음 영화를 만드는 데 용기를 줄 지 잘 모르겠다. 일단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정희는 "애초부터 팀 버튼이 심사위원장이라고 할 때 좀 그랬다"고 소녀처럼 끼어들었다. 그러자 이창동 감독은 "그건 아니고. 팀 버튼을 비롯해 심사위원들이 시나리오를 평가해줘서 고맙다"고 정정했다. 이창동 감독이 "이게 공식 반응"이라고 농을 하자 좌중은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이창동 감독은 "사실 황금종려상은 기대를 안했다. 하지만 남들이 기대하니깐 부담스러웠다"면서 "제가 기대한 것은 여우주연상이었다"고 했다. 이어 "시나리오의 미덕을 평가받아 기분은 좋다. 하지만 여우주연상을 못받아 윤정희 선생님에 죄송하다. 선생님의 연기를 지지하고 응원해준 것 자체가 큰 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창동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마치 노벨상을 기다리는 것처럼 기대해 저도 모르게 부담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창동 감독은 "너무 황금종려상에 목을 매는 게 한국감독으로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은 "기록경기가 아니니깐 우리만의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하면 황금종려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창동 감독은 "기대하고 응원해주신 데 고맙다. 그 마음을 갖고 또 다른 여행을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칸의 밤은 모처럼 따뜻하고 유쾌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