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연출 김태호 김준현 조욱형)이 200회를 앞뒀다. 2005년 4월, '토요일'의 한 코너 '무모한 도전'으로 첫 발을 디뎠던 '무한도전'은 변화를 거듭한 끝에 약 5년만인 오는 29일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200회를 맞이한다.
'무한도전'의 200회는 지난 5년 격전의 주말 저녁 예능 시간을 꾸준히 지켰다는 산술적 의미 이상이다. '무한도전'은 이제는 대세로 자리잡은 리얼버라이어티를 창조하고 발전시킨 주인공이자, 예능 프로그램의 영역을 종으로 횡으로 무한히 확장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 200회에 쏠리는 이례적인 관심은 '무한도전'의 남다른 의미와 존재감을 되새기게 한다.
그 시작은 초라했다. '무모한 도전' 시기, 멤버들은 쫄쫄이를 입고 황소와 줄다리기를 했고, 바가지를 들고 공중 목욕탕 물을 퍼내고 채웠다. '이게 뭔가' 갸우뚱하는 시청자들은 4% 애국가 시청률로 화답했다. '무모한 도전'이 김태호 PD가 처음 합류한 '무리한 도전' 시기를 아슬아슬 넘겨 '무한도전'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 사이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독특했고, 새로웠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무도'의 역사=리얼버라이어티의 역사
정교하게 편집된 방송에 익숙하던 시청자들은 자신들을 웃기겠다며 구르고 망가지는 예능인의 삶과 캐릭터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카메라는 '빨리 친해지길 바란다'며 정형돈과 하하의 어색한 관계를 비췄고, 예고없이 가정방문에 나섰다. 출연진의 실제 삶과 방송이 경계없이 허물어졌다. 신 예능의 탄생, 그렇게 '무한도전'의 역사가 곧 리얼 버라이어티의 역사가 되었다.
'무한도전'은 예능프로그램의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1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무한도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1주일의 시간 단위가 무의미하다. 1년을 걸친 달력 만들기, 봄 여름 가을 세 계절을 온전히 바친 벼농사, 수개월을 땀흘린 댄스스포츠와 에어로빅…. 한 회의 분량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한 달을, 반 년을, 1년을 겁없이 바친다. 물론 하룻밤 새 전쟁처럼 찍은 방송분량이 두 주에 걸쳐 전파를 탈 수도 있다.
시간만이 문제랴. '무한도전'은 예능의 영역에도 끊임없이 도전한다. 가요와 영화, 만화와 패션, 스포츠가 따로 없다. '무한도전'은 프로 가수와 손잡은 듀엣 가요제로 음반을 내 가요계를 바짝 긴장시키는가 하면, 기약없이 알래스카로 떠나 김상덕씨 찾기에 몰두하기도 한다. 멤버들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영화를 변주하며, 전국체전 선수가 되고,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기도 한다.
종으로 횡으로 깊이로.. 예능의 무한한 확장
예능의 범주 아래, 정치권에 대한 쓴 소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추임새도 아끼지 않는 그들. 어디 그뿐이랴. '무한도전'이 과 외로 벌어들인 수익도 이미 수십억에 이른다. 달력을 팔고 음반을 팔고 다이어리도 판다. 수익은 기부한다. 기꺼이 '무한도전'을 위해 만만찮은 비용을 대는 팬덤까지 거느렸다.
물론 이웃돕기, 에너지 절약 같은 의미심장한 도전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어림없는 분장을 하고 '아브라카다브라'에 맞춰 엉덩이를 실룩이며, 얼치기 상황극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능의 일차적 목표는 어디까지나 '큰 웃음' '빅 재미'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자장 아래 수 많은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평균 이하'를 내세운 남자 출연자, '방송용'과 이른바 '비(非)방용'의 구분이 따로 없는 일상적인 관계의 포착, 매 회마다 달라지는 도전 과제 등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법칙이 되다시피 했다. 그 사이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처럼 시청률로는 '무한도전'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또 다른 역사를 쓰는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패밀리가 떴다', '천하무적 토요일', '남자의 자격', '무한걸스' 등등 저만의 문법으로 사랑받는 프로그램은 그 밖에도 많다.
예능의 신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은 출연진 사이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든든한 유반장 유재석을 비롯해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길 하하 등은 타 방송사,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무한도전'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연출감각 못잖은 남다른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연출자 김태호 PD는 웬만한 연예인 못잖은 화제의 인물이다.
올 초 방송된 '의좋은 형제' 편에서 박명수는 노홍철에게 말했다. "우리 올해도 한번 '레전드' 만들어 보자." 그들은 이미 레전드다. 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걸어왔던 곳이 길이 되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