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블라니에 대한 이런 평가는 속단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 일단 대회 평균 득점을 논할 정도로 경기 일정이 진행되지 않았다. 본선 64경 기 중 11경기만 진행된 상황에서 평균 득점율을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초반의 저조한 득점율이 자블라니 탓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자블라니에 대한 평가도 역설적이다. "잡기 힘들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평가와 함께 영국과 미국전에서 영국 골키퍼 로버트 그린이 실책하는 모습이 방송에 수차례 방영됐다.
하지만 잡기 힘들다는 이 이론대로라면 다른 경기에서는 골키퍼들의 고전과 함께 많은 골이 났어야 하지만 오히려 경기당 평균 득점은 지난 대회들에 비해 더 떨어지는 추세다.
공격수들의 볼 컨트롤 어려움을 탓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독일 등 전통의 강국들은 대회 초반의 다소 낮은 팀워크 속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 득점을 단순한 공의 적응 유무로만 따질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자블라니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축구의 흐름이 수비 축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이렇다 할 공격수 없이도 2006년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단기 토너먼트에서 수비축구가 강하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단기전 시 각 팀 감독들은 주로 수비 안정을 기반으로 공격을 꾀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승패에 민감한 국가 대항전에서의 조심스러운 축구 덕에 화끈한 득점 경쟁이 실종된 것이다.
한 고교 축구 코치는 "이제 수비와 관련된 전술은 거의 나올 만큼 나와 수비축구가 주류가 됐다"며 "과거 치고 달리는 위주의 축구는 이제 힘들다는 것이 축구계의 통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아프리카 팀들의 약체화도 한 몫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빠른 발과 특유의 개인기로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아프리카 팀들의 전력이 전체적으로 약화되면서 다 득점 경기가 줄었다. 나이지리아가 아르헨티나에 영패한 것이나 카메룬의 일본전 패배가 그 방증이다.
아울러 개최지나 조 편성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2002 한·일 월드컵 같은 경우 한국과 일본의 자동 출전으로 세계축구에서 비교적 약체로 평가 받는 아시아 국가들의 출전 기회가 넓었다. 남미나 유럽 강호들과 약체 국가들의 경기에서 다 득점 사례가 잦았던 것도 평균득점을 올리는 것에 일조 했다.
일례로 독일과 사우디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독일은 사우디를 8대 0으로 대파했으며 브라질은 중국을 4대 0으로 이겼다. 두 경기에서 난 골만 12골로 보통 경기에서 날 수 있는 골의 몇 배에 해당한다. 평균득점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단순히 수치만으로 이번 월드컵과의 비교는 불가능하다.
매 대회마다 공인구에 대한 논란은 있었다. 하지만 그 때도 스타는 탄생했고 골을 넣을 선수들은 넣어줬다. 대회초반의 적은 골을 자블라니 탓으로 돌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