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바람이 극장가의 관객까지 휩쓸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2번째 경기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열린 지난 17일 각 극장에서 벌어진 중계 이벤트가 사실상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7일 관객동원 1위에 오른 작품은 하루 전 개봉한 '포화속으로'로 총 5만3159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월드컵 광풍 탓에 개봉 첫날 11만을 돌파했던 관객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날 극장에서 사실상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은 것은 다름 아닌 한국 대 아르헨티나전의 극장 중계였다. 무려 7만명 이상을 끌어모았다.
CJ CGV는 이날 중계를 본 관객수를 3만5000명, 롯데시네마는 2만6000명으로 각각 집계했다. 극장 관계자는 "CGV와 롯데시네마 관객에 메가박스와 씨너스 등의 관객을 더하면 7만명이 훌쩍 넘는다"며 "이 가운데 3D로 관람한 관객이 2만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2006 독일 월드컵 당시만 해도 기업 프로모션 성격이 강했던 월드컵 극장 중계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마자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셈이 됐다. 통계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은 창작 상영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통합전산망에 집계되지 않은 탓이다.
한편 하루 동안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은 12만8960명으로 집계됐다. 1주일 전 목요일인 10일의 25만1065명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극장 중계를 본 관객을 더하면 이날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약 20만명이 된다.
한 극장 관계자는 "월드컵 중계를 본 관객을 감안하면 통합전산망 집계에 비해서는 극장가의 타격이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국이 2대0으로 승리했던 지난 12일 그리스전의 경우 경기가 끝난 뒤 연이어 영화를 관람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4대1로 패한 이번 아르헨티나전의 경우는 그 수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한편 반색하는 극장가와는 달리 개별 영화사는 이중고가 불가피해졌다. 월드컵 바람 속에 영화에 대한 관심이 줄고 전체 관객수가 눈에 띄게 준 데다가 그마저 있는 개봉관마저 극장 중계에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월드컵에 울고웃는 극장가는 오는 23일 한국 대 나이지리아전 등의 결과에 또한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할 것인가, 또한 한국 영화가 2002년의 악몽을 또 꾸게 될 것인가. 오리무중 월드컵의 향방에 오리무중 극장가의 긴장감이 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