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하면서도 보는 드라마, '막장' 드라마들이 올 상반기도 TV를 뜨겁게 달궜다.
올 상반기 단연 눈길을 끈 드라마는 '수상한 삼형제', '살맛납니다'. 이들은 끊임없는 논란에도 부동의 시청률 1위를 고수하며 "막장은 통한다"는 공식을 확립했다.
이 때문인지 드라마들은 해가 갈수록 더 자극적인 설정과 막무가내 인물들로 무장하고 안방을 찾아온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상반기 막장 드라마들과 한결 더 독해진 설정으로 눈길을 끄는 드라마들을 살펴봤다.
◆거침없이 '막장킥'- 화제의 막장 드라마들
지난 4월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극본 박현주, 연출 김대진 강대선 )는 악덕 시아버지 장인식(임채무 분)의 터무니없는 악행으로 끊임없이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살맛'은 본래 결혼 35년차에도 여전한 금슬을 과시하는 부부와 자아 찾기, 황혼 이혼 문제 등 부부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착한 드라마로 발 디뎠다.
그러나 임신한 며느리를 내치고 아들과 연까지 끊는 인식의 모습, 복수를 위해 옛 애인의 시집과 결혼을 도모하는 김기욱(이민우 분)의 등장 등이 극의 논란을 부추겼다.
극 후반엔 인식 부부가 황혼이혼 위기에 처하며 아들이 아버지의 지난 악행을 증언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인식의 갑작스러운 회개로 헤피엔딩을 맺었으나 드라마 종영 후 권오중, 이민우 등 출연 배우들이 막장 논란에 괴로웠던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13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도 불륜, 사기결혼, 위장이혼 등 자극적인 요소들로 논란을 몰고 다녔다.
첫째 아들만 예뻐하고 둘째 며느리를 종 부리듯 하는 시어머니 전과자(이효춘 분), 재산을 노리는 거라며 아버지의 재혼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주어영(오지은 분) 등은 시청자들의 이해를 얻기 어려웠다.
또 친구의 남편을 유혹하는 태연희(김애란 분), 유부남에게 감정을 품는 검사 이태백(윤주희 분) 등장 등 아들 부부가 모두 삼각관계에 빠져있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방송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비윤리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들에 대한 '주의'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상한 삼형제'는 방송 동안30% 웃도는 높은 시청률로 주말드라마 최강자로 군림, 막강한 막장 파워를 자랑했다.
◆ '살맛'·'수삼'은 잊어라! - 신(新) 막장 시대
'수상한 삼형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MBC 주말드라마 '민들레가족'(극본 김정수·연출 임태우)이 최근 막장 드라마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불륜, 고부 갈등 등 식상한 막장 소재는 덜어냈지만, 유일한 악역 민명석(정찬 분)이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성향으로 막장 캐릭터의 지평을 열고 있다.
명석은 8년간 임신을 위해 애쓰는 아내에게 정관수술 사실을 숨기고, 아내가 살찌는 게 싫어 음식을 제대로 못 먹게 하고 억지로 운동을 시키는 등 극단의 이기주의를 선보였다.
최근엔 돌연 기억상실증에 걸려 지난 악행을 잊었다는 설정이 진행 중이다. 이는 시청자뿐 아니라 극중 식구들조차 "쇼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게 만든 상황이다.
MBC 아침드라마 '분홍립스틱'(극본 서현주·연출 최창욱)은 알고 보니 남편과 친구가 오랜 내연 관계인데다 6년 동안 키운 딸이 믿었던 친구와 남편의 아이라는 설정으로 막장 드라마의 계보를 잇고 있다.
긴장감과 빠른 전개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딸 나리(김수정 분) 뺏길 위기에 처한 가은(박은혜 분)이 복수를 결심하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엔 딸 나리(김수정 분)를 뺏길 위기에 처한 가은이 복수를 결심, 악녀로 돌변해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현재 한 달 연장 방송을 결정, 오는 8월 6일 149회로 종영 예정이다.
MBC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극본 조은정·연출 오현창 주성우)는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는 시즌제 복수극을 표방하는 만큼 막장 드라마로의 흐름이 감지된다.
특히 23살 나이차의 한지민(조윤희 분)과 문정호(박상원 분)의 로맨스가 주요 시청 포인트로, 드라마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던 부분이다.
정호는 지민의 옛 연인이자 의붓오빠인 이태영(이태곤 분)의 장인. 이는 곧 지민이 옛 애인 태영의 장모가 되는 묘한 상황으로 이어짐을 예고한다.
한편 '황금물고기'는 태영이 경산(김용건 분)의 병원 비리를 신고해 몰락하게 만들고, 이를 안 경산이 충격으로 실신해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등 본격적인 복수의 시작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