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대엽ⓒ머니투데이 스타뉴스
하지만 추대엽은 '불운한 기수'에서도 노력했다. 잠도 자지 않고, 시퍼렇게 개그맨 실에서 합숙하다시피 살던 그는 '웃으면 복이 와요', '개그야' 등을 통해 '오! 짜장', '성식이 형', '라이브 히어로', '큰 형님', '나카펠라' 등 주옥같은 코너들을 만들며, 인기를 얻었다.
드디어 2008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시트콤 부문 우수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다.
"그 상을 받고, 부모님이 생각났고, 그리고 친구들이 생각났었다."
갑자기 말을 멈췄다. 추대엽은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고, "내 기수가 불행하긴 했지만 MBC 공채 시험 볼 때 함께 한 수근이 형, 병만이 형에게 참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MBC 공채 시험 준비를 하던 중, 이들과 돈이 없어서 옥탑 방에 살면서 끼니를 거르며, 개그만 짰다. 굶주림에 초라하긴 했어도, 그때만큼 개그생각만 하면서 즐거워한 적도 또 없었다고.
"그때 '도전 1000곡' 연습한다고 노래방 책에 있는 600곡 정도를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기도 했다. 결국 '왕중왕'까지 섭렵했다." 사실 그는 1998년 MBC 대학가요제 전라 지역 1등 출신이다. 목소리가 중후하면서도, 고음 처리도 불안하지 않다.
그는 2007년에는 이수근과 함께 음반도 냈다. 그룹명은 '아이스께끼'고 타이틀곡은 '동대문 남대문'이었다. "당시에는 개그맨이 음반을 내면 다 코믹한 줄로만 알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요즘 유세윤의 UV처럼 개그맨 음반을 인정해준 지 얼마 안된다. 수근이 형과 아이스께끼로 활동을 잘하고 싶었지만, 사실 잘 안됐다. 형이 '1박2일'에 합류하면서 바쁘기도 했고."
그리고 그가 고마운 사람으로 김국진과 김용만을 꼽았다. "국진이 형이 내가 어려울 때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줬다. 매니지먼트 회사를 선택할 때도, 내가 개그가 아닌 다른 것에 도전하려 할 때도 국진이 형은 나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니가 뭘 해도 상관없다. 준비가 되었느냐'라고 말이다."
"얼마 전 KBS2TV '남자의 자격'에서 강연했던 것처럼 국진이 형은 삶의 오르막 내리막이 있던 분이다. 그런 삶의 무게가 있어서인지, 다른 사람의 고민을 헛되게 듣는 법이 없다. 까마득한 후배인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고민해준 형에게 고맙다."
'섹션TV 연예통신'을 함께 진행했던 김용만에 대해서는 "용만이 형이 챙기는 5명의 후배가 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나라고 했다. 형은 나에게 '배포를 조금 키우면 무서운 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준다"고 말했다.
추대엽은 김용만 덕분에 유재석 지석진 등 연예가 수다쟁이들이 모이기로 유명한 '조동아리 클럽'에도 여러 차례 초대돼 가봤다고 했다. 그는 "정말 형들이 술은 안 먹고 몇 시간이 지나도 이야기를 하는데, 트레이닝이 절로 되겠더라. 거기 있는 형들의 장점을 모조리 체득해 나도 언젠가 '1인자' MC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