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의 박지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유동일 기자 eddie@
박지연이라 하면 '누구냐'고 되물을 이도 티아라의 지연이라고 하면 이내 고개를 크게 끄덕일 것이다. 티아라의 지연으로 무대를, 그리고 브라운관을 누볐던 그녀가 박지연이라는 본명으로 처음 연기를 펼쳤다.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 실습'(감독 유선동, 이하 '고사2')이다.
무대 위에서 온 몸을 꺾어가며 노래를 부르던 아이돌 스타의 모습을 먼저 떠올렸건만, 가지런히 교복을 차려입고 극중 이름이 쓰인 명찰까지 달고 인터뷰에 나선 지연(17)은 풋풋한 여고생이 따로 없었다. 턱까지 내려오는 상큼한 단발머리가 썩 잘 어울린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연은 출연한 모든 작품에서 교복 입은 고등학생으로 등장했다. 연기 데뷔작 드라마 '혼'과 후속작 '공부의 신' 모두에서 예쁜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으로 등장했다. 학교와 교복은 그녀에게는 특별한 의미다.
"학교에서 촬영하는 게 너무 좋아요. 스케줄 때문에 학교를 자주 못 가니까. 대기도 반에서 하고, 책상에서 수다를 떨고 하다보면 평범한 여고생이 된 기분이었어요. 물론 촬영이 만만치는 않았지만 '컷' 하고나면 바로 쉬는 시간 같은 분위기가 됐어요. 진짜 학교에서처럼 조용히 하라고 혼도 나고요."
극중 그녀가 맡은 주인공 세희는 말 없고 조용한 학생이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조짐을 먼저 느끼지만 조용히 그 불안을 견디는 인물이기도 하다. '공부의 신'에서 연기했던 애교 만점 말괄량이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실제 저는 영화와는 정반대예요. '공부의 신'이랑 더 가까워요. 거기서 애교를 좀 뺀 거랄까? 공주패션 이런 걸 좋아해서가 아니고요, 성격이 털털하고 남자같은 데가 있거든요. 애교도 언니들한테만 부려요. 다 또래들인데 이번 현장에선 애교부릴 틈도 없었죠."
한 달 만에 영화 한편 촬영을 끝내는 일정이 만만했을 리 없다. 지금이야 웃으며 추억하지만, 지연은 숨 막히는 아이돌 스케줄과 영화 촬영을 동시에 소화해낸 독한 아가씨다. 절대 12시간을 넘길 수 없다는 수중촬영은 12시간을 꼬박 채워 이틀을 해냈다. 저체온증이 오고 얼굴이며 몸까지 퉁퉁 부었지만 단 한 번도 '못하겠다' 한 적이 없다.
"가수도 하고 연기도 하는 게 힘들지만 욕심이 나요. 힘들어서 지긋지긋하냐고요? 이런 생각은 안 해요. 그냥 제게 주어진 건 다 하고 싶어요. 의욕이 더 생기죠. 사실 티는 많이 안 내요. 저는 그룹이잖아요. 티아라를 먼저 생각한다면 그래서는 안되죠. 함께하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 할 거예요."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의 박지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유동일 기자 eddie@
국산 공포영화가 사라지다시피 한 올 여름, '고사2'는 유일한 한국산 공포물이다. 공포영화는 잘 보지도 못한다는 겁 많은 지연은 작품을 위해 욕심을 냈다. 공포영화에 나오는 자신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단다. 다만 포기할 게 좀 있었다.
"'고사2' 촬영하며 얼굴은 포기했어요. 예쁘게 나오는 장면이 한 장면도 없어요. 처음에는 좀 예쁘게 보이고 싶었어요. 좀 더 예쁘게 각도도 잡고 하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었어요. 심지어 수중촬영을 하면 몸도 얼굴도 팅팅 붓거든요. 제발 조금이라도 덜 부은 걸로 편집하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지연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자신의 본명 '박지연'을 타이틀에 올린다. 지연은 지금 자신이 박지연이라는 이름보다 티아라의 지연이라 불리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 타이틀을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언젠가는 티아라 지연 대신 연기자 박지연이라 불리고 싶다는 소망을 그녀는 감추지 않았다. 욕심많은 그녀에게 이번 '고사2'는 의미심장한 발걸음이다.
"가수가 왜 연기하냐는 말이 나오면 안되잖아요. 저는 더 부담이 커요. 노래나 하지 왜 연기는 하냐 이런 말들 많이 하시잖아요. 부담이 너무 됐어요. 그래서 더 잘하려고 노력했고요. 제 최종적인 꿈은 연기자에요. 티아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할 수 있는 한 연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하고 싶어요.
무대에서는 티아라 지연이고, 연기할 때는 박지연이고, 그 둘을 자연스럽게 오갔으면 해요. 정 반대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지연이한테 저런 면이 있네'하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아직은 욕심이겠죠. 솔직히는 '고사2' 연기한 거 보시고 냉정하게 평가해주셨으면 해요."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의 박지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유동일 기자 ed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