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악역이 튀면 드라마는 거꾸로 간다"①

김겨울 기자  |  2010.07.07 08:24
이소연ⓒ이동훈기자 이소연ⓒ이동훈기자


벌써 연기 8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동안 많이 쉰 적이 고작 4개월이란다. 비슷비슷한 이름이 많다보니, 본의 아니게 굴욕도 맛봤다.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던 2008년, 우주비행사 이소연이 포털 사이트에서 먼저 검색되기도 했으니깐,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이소연을 치면, 배우 이소연이 가장 먼저 뜬다. 드라마 8편, 영화 8편에 예능 프로그램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했던 그는 숱한 같은 이름에 묻힐 뻔 했던 이소연을 어느새 특별한 '이소연'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소연ⓒ이동훈기자 이소연ⓒ이동훈기자


지난 2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이소연을 만났다. 벌써 세 번째, 인터뷰할 때마다 늘 그랬듯이 그는 발랄하고 친절했다. 그와 수다를 한 참 떨고 있으면, 그가 악역을 잘 소화한 배우였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다.


"하하하. 악역 연기를 '천사의 유혹'과 '동이'로 두 번 연속하니, 몸도 마음도 힘들다. 아무래도 연기라도 나쁜 생각에 사로잡히고 쫓기는 역이 스트레스를 주더라."

흰 피부에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큰 눈, 틀림없는 '캔디 상'인 그는 유난히도 악역을 많이 맡았다. '신입사원'에서는 한가인을 괴롭히고, '봄의 왈츠'에서는 한효주를 괴롭히더니, '천사의 유혹'에서는 대놓고 배수빈 집안을 몰락시키고, '동이'에서는 희대의 악녀 장희빈으로 등장했다.


"나, 이제 악역만 들어오면 어쩌지? 하하하."

걱정을 하면서도 그는 배우로서 욕심이 먼저였다고 고백했다.

"놓칠 수가 없었다. 이병훈 감독님의 작품에다가 여자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장희빈 역이 아닌가. 불과 한 달 만에 새로운 작품에 임하게 돼 연기 톤이며 캐릭터 분석이며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놓치기 싫었다."

이소연ⓒ이동훈기자 이소연ⓒ이동훈기자



갑자기 4개월 전 즈음, 이소연을 만난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당시 '천사의 유혹'을 성공리에 마치고, 휴식 모드로 들어가려던 이소연이 '동이'에 캐스팅됐다. 영화 '스캔들' 이후 오랜만에 하는 사극에 대한 떨림과 함께, 연속 악역을 맡는다는 데 대한 두려움, 이병훈 감독과 작품을 한다는 기대감 등 다양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당시 그의 뇌 구조를 찍어보면, 아마도 이러한 것들이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캐릭터 분석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동안 무수한 장희빈이 있었는데, '동이' 라는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장희빈이 무엇일까. 목소리 톤은 어떻게 잡아야하는 것일까. 끊임없이 연구하고, 열정적으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묻고 또 물었다. 옆에 사람들이 듣다듣다 "그래. 그래"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그는 장희빈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기자가 이소연에 대해 강인한 인상을 받은 말은 바로 이 말이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최고'는 배우끼리 호흡이다. 장희빈도 장희빈이지만, 장희빈이 어떻게 다른 배우들과 조화를 이룰지가 궁금하다. 수빈 오빠나 효주랑도 이미 작품을 해봤던 사이고, 들어가면 재밌는 촬영이 될 것 같다."

그는 극에서 자신의 욕심을 털어낼 줄 아는 영리함을 갖고 있었다. 10여 편의 주연을 맡으며 쌓아 온 내공인지 모를.

오히려 "악역이 너무 튀면, 드라마가 거꾸로 가더라"는 뼈 있는 충고를 하며, 그렇게 이소연과 와인을 마시며, 장희빈 이야기만 계속 하다 돌아온 기억이 난다.

(2편에 계속)

이소연ⓒ이동훈기자 이소연ⓒ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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