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자신의 프로그램이라면 항상 모니터를 하고, 자신의 기사를 꼼꼼하게 스크랩하며,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의 이 말이 정선희를 울렸다. 정선희는 그래서 노력했다. 세상이 자신을 손가락질해도 당장 자신이 잘못되면 부모님이 더 힘들 것을 알기에, 그는 버티려고 죽을힘을 다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의 친구들이 함께 했다.
"(이)경실이 언니가 나한테 그랬다. '네가 혹시 죽으면, 내가 너를 다시 살려내서 죽게 하겠다'고 말이다. 그런 사람이 나는 여럿 있다. 상복을 입고 남편 장례식장에서 넋을 잃고 있는데 (이)영자 언니는 내게 '그래도 검은색 입어서 다행이다. 난 또 네가 흰색 상복 입었을까 걱정했다. 넌 피부가 누래서 검은색 입어야 혀'라고 말했다."
"(이)소라 언니는 상주 역할을 하다가 '너는 남편을 잃고 나는 슈퍼모델인데 허리를 잃었다' 했다. (서)세원 오빠는 일부러 나를 불러내 밥을 사주고, (홍)진경이는 나에게 '평생을 같이 가자' 했다. 내가 그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나."
그리고 그는 고인이 된 자신의 남편에 대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일도 궤도에 올랐다고 자신할 때였다. 여느 여자처럼 나도 가정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남편을 만나 내조도 하고, 아이도 낳고..라디오 부스에서 그를 만났다."
그와 고 안재환은 라디오를 통해 1년 동안 알고 지내다 4개월여 연애를 했다.
"내 머리를 짚어주고, 약을 먹여주던 그였다. 억센 이미지의 나에게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카리스마 있게 리드해주는 남자였다. 그 누구라도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돌아보면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신혼여행 때부터는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차가워지는 것은 물론, 그가 소개해 준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태도도 이상했다. 무엇보다 그가 사망하기 한 달 전에는 함께 다니던 교회 가기도 거부하며, 낯선 모습으로 변했다.
"너무 힘들었다고 하는데, 말을 하지 않고 술만 마시니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부인이라고 해도 결혼한 지 1년도 안됐을 때다. 결혼한 분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연애 기간이 짧고 결혼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그 시기에는 서로에 대해 100% 다 알기 어렵다."
결혼과 연애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에게 36살 노처녀 때도 그랬던 것처럼, 다시 자신이 없어졌다고. 울다가 웃다가, 또 말없이 한참을 기다리다가, 또 다시 말하다가, 참으로 오랜 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