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셉션'(Inception)이 13일 첫 공개됐다.
13일 오전 서울 CGV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2억 달러의 천문학적 제작비가 투입된 올 여름 할리우드의 최대 기대작 '인셉션'이 첫 선을 보였다. 2시간20분 가까운 긴 러닝타임은 켜켜이 쌓인 꿈속을 누빈다는 영화 속 새로운 세계관에 익숙해지고 어느 영화에서도 못 본 새로운 영상에 놀라워하는 데 남김없이 쓰였다.
영화의 배경은 타인의 꿈에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현실 혹은 가상의 세계. 주인공 톰 코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남의 생각을 '추출'하는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아내 맬(마리온 코티아르)과의 비밀을 간직한 그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나러 갈 수 없는 수배자 신세.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생각을 빼 오는 것이 아니라 주입, 곧 '인셉션' 해 달라는 위험한 제의를 받는다. 꿈에도 그리던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생각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전제와 함께 생소한 몇 가지 용어 및 가정에 익숙해져야 한다. 꿈을 통해 무의식에 접근, 생각을 추출하지만 그 깊은 곳에 한 가지 생각을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바로 '인셉션'. 강력한 진정제를 복용하고 드림 머신이란 기계에 접속하면 타인과 무의식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다. 그 시간의 속도는 서로 같지 않아 현실의 10초는 무의식의 3분에 맞먹는다. 그리고 최고의 전문가 코브 일행은 무의식의 무의식, 또 그 무의식을 누비며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수행한다.
꿈과 무의식을 마음대로 누비는 신세계를 창조하고 마음껏 상상력을 풀어 보인 '인셉션'은 모든 사람들이 생각을 조종당하고 있다는 거대한 음모론 아래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었던 '매트릭스'(1999)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매트릭스'가 세기말적 분위기 속에 신화와 종교, 고전을 아우르는 풍부한 상징을 차용, 정치 종교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논란거리를 제공했다면, '인셉션'은 개인의 꿈, 의식과 무의식에 초점을 맞춰 보다 사적인 내면을 보다 깊숙하게 파고 들어간다.
닳고 닳은 '배트맨' 시리즈를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한 몸에 받는 역작으로 탈바꿈 시킨 '다크나이트', 단기기억상실증이란 소재로 기억과 시간을 절묘하게 비틀었던 '메멘토'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특유의 상상력과 긴박감은 여전하다. 영화에서 수차례에 걸쳐 반복되는, '머리 속의 생각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상상력이 2억 달러의 스케일로 구현되는 과정이 기막히다. 거꾸로 뒤집혀 접힌 거리, CG 대신 실사 촬영을 했다는 360도 회전 무중력 호텔 복도 신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배우 보는 맛이야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앞서 쏟아진 '영화 혁명'이란 찬사야 다소 과장된 감이 있다. 그러나 '인셉션'은 영화를 즐기는 가장 주요한 뼈대는 매혹적인 이야기와 이를 영상으로 풀어낸 촬영, 실감나는 연기와 이 모두를 조화시키는 감독의 연출력이라는 기본을 깨닫게 하는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그 상상력과 완성도 앞에선 3D가 잔기술로 보인다. 다만 올해 최대 블록버스터인 '인셉션'이 '매트릭스', '다크나이트'가 300만 관객을 넘기는 데 만족해야 했던 한국에서도 초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세 관람가는 희망적인 변수가 될 터. 오는 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