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강우석 감독의 '이끼'가 개봉했다.
'이끼'는 동명의 웹툰 원작이 인터넷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탓에 제작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개봉 전부터 각종 예매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기록할 만큼 영화팬들의 궁금증도 크다.
영화계는 '이끼'가 3대 난관을 극복하고 승부사 강우석에 또 다시 흥행의 단맛을 안길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먼저 '이끼'는 원작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끼'는 기획부터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장 역에 정재영이 한다는 데 원작팬들의 우려를 샀다. 강우석 감독의 그간 작품들과 원작의 분위기가 너무 달랐기 때문. 캐스팅도 박해일처럼 맞춤 캐스팅은 환영 받았지만 정재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티에 시달렸다고 토로할 만큼 비난이 쏟아졌다.
강우석 감독은 "원작팬들이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면 이 영화는 실패"라고 할 만큼 원작과 차별화에 공을 들였다. '이끼' 측은 아예 원작팬들을 모아 별도 시사회를 열만큼 역풍을 두려워하고 있다. 원작팬들의 입소문이 영화 흥행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작과 다른 구성, 또 다른 결말도 '이끼'의 승부수이자 원작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지점이다.
한국형 스릴러에 대한 관객의 편견도 '이끼'가 넘어서야 할 부분이다.
2008년 '추격자'가 550만명을 불러 모은 이래 그동안 10여편의 한국형 스릴러가 쏟아졌다. 하지만 '추격자'의 벽을 못 넘어선 것은 물론 아류 소리를 들으며 철철이 외면 받았다.
어느 순간 스릴러영화들이 스릴러를 내세우지 않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끼'는 백색 스릴러를 표방하는 만큼 스릴러에 대한 편견을 깨야 한다. 전형적인 스릴러인 원작에 강우석표 코미디까지 넣은 터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최근 무거운 주제의 영화들이 관객의 외면을 받았기에 강우석표 스릴러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관심사다.
'이끼'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황해' 등 개봉을 앞둔 한국형 스릴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끼'가 넘어야 할 또 하나 벽은 러닝타임이다. 무려 2시간 40분에 달하는데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상영회차도 다른 영화도 적을 뿐더러 등급 때문에 관객도 한정돼 있다.
'이끼' 측은 우선 도달해야 할 목표를 '추격자'가 세운 스릴러 1위 기록으로 잡고 있다. '추격자' 역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서도 흥행몰이를 이뤘다. '추격자'를 넘어설 경우 청소년관람불가 최고봉인 '친구'(880만명)도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강우석 감독은 승부사답게 그동안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면승부를 걸어 승기를 잡았다. 1993년 '투캅스'부터 시작된 그의 흥행행진은 '공공의 적'과 '실미도'를 거치며 정점을 찍었다. 특히 '실미도'는 1108만 1000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의 관객을 동원,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1000만 관객 고지를 점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진 그의 연출작들도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2005년 개봉한 '공공의 적2'는 391만 1356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고, 2006년 '한반도'는 388만 308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8년 개봉한 '강철중: 공공의 적 1-1'도 430만 670명을 동원, '강우석=흥행'이라는 공식에 힘을 실었다.
7월 극장가는 할리우드 영화들의 공습에 한국영화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나잇 앤 데이'와 '슈렉 포에버' ''이클립스' 등이 번갈아 가며 1위를 주고받았다.
'이끼'의 상대로는 '다크 나이트' 크리스포터 놀란 감독의 '인셉션',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솔트',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마법사의 제자' 등이 대기 중이다.
과연 '이끼'가 각종 난관을 극복하고 여름 극장가에 한국영화 저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