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원작엔 없고 영화엔 있는 몇가지②

[★리포트]

임창수 기자  |  2010.07.14 12:25
ⓒ영화포스터 ⓒ영화포스터


오는 14일 개봉하는 강우석 감독의 '이끼'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했다. 원작의 높은 명성 탓에 진작부터 팬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 왔으며, 강 감독의 연출과 정재영의 캐스팅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어찌되었건 승부사 강우석 감독은 원작과의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고, 공개된 '이끼'는 원작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논란을 낳았다. 원작에는 없지만 영화에는 존재하는, 영화 '이끼'만의 비밀 무기는 무얼까.

◆유머 코드와 긴장의 이완…영화라는 틀에 맞춘 영리한 선택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영화 곳곳에 삽입된 유머 코드다. 원작이 보는 이를 압도하는 작화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몰입을 이끈 반면, 영화 '이끼'는 곳곳에 웃음을 줄 만한 장치들을 깔아두며 영리하게 관객들을 이끈다. 158분의 긴 러닝 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 유해국(박해일 분)과 박민욱 검사(유준상 분)가 만드는 상황들은 원작보다 코믹하게 그려지며 김덕천(유해진 분)의 연기 또한 수시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러한 분위기의 변화는 바뀐 구성 순서에서도 발견된다. 영화 '이끼'는 원작에서는 꽁꽁 숨겨놓았던 유목형(허준호 분)과 천용덕(정재영 분)의 조우를 초장부터 드러낸다. 원작이 유목형의 죽음과 마을 사람들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며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면, 영화는 웃음과 여유로 흥미진진함을 선사하며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을 끌고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영화라는 플랫폼에 맞는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숨 막히는 서스펜스로 쉴 틈 없이 보는 이를 압도했던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려했다면 관객들이 피곤함에 나가떨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강우석의 '이끼'는 그렇게 윤태호의 '이끼'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추가된 장면, 바뀐 결말…인물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영화 '이끼'는 모든 비밀의 중심인 천용덕 이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영화 속 천 이장은 원작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추가된 장면들을 통해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진화했다. 과자를 우물거리며 온라인 고스톱을 즐기는 천용덕의 모습은 캐릭터에 인간적인 면모를 더했으며, 유목형에게 반항하는 마을 주민들을 응징하는 장면은 유목형에 대한 묘한 동경과 질투심을 더욱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인물들의 비중도 변했다. 원작이 주인공 유해국(박해일 분)의 분석 벽과 집요한 성격을 밀도 있게 그린데 반해, 영화는 이러한 내용들을 상당부분 덜어내면서 주변 인물들의 비중을 조율했다. '그림을 그려나가던' 박민욱 검사의 수사과정은 상당부분 생략됐고, 전석만(김상호 분)은 '니 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뭐였을 거 같냐'는 원작의 대사에서 더 나아가 '니 아버지가 가해자란 생각은 안 해봤냐?'는 대사로 유해국을 혼란에 빠뜨린다.

특히 바뀐 결말은 영지(유선 분)를 원작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영화 '이끼'는 대중영화의 묘미를 살린 결말로 영화만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마무리 짓는다. 영지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마지막 장면은 묘한 여운을 남기며, 동시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강우석 만의 색깔로 재탄생한 '이끼'는 흥미로운 대중영화임에 틀림없다. 원작에서 느껴지던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목을 죄는 긴장감은 다소 걷혀졌지만, 영화 또한 틀에 맞는 영리한 선택으로 나름의 매력을 발산한다. 필연적일 원작과의 대결에 대비해 나름의 방식으로 준비를 끝마친 영화 '이끼'. 강우석 감독이 스크린에 옮겨놓은 습지생물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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