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해국(박해일), 강철중(설경구), 한상우(정준호), 천용덕(정재영) ⓒ영화 '이끼', '공공의 적', '공공의 적2'의 스틸
개봉 8일 만에 150만 명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이끼'가 한껏 기세를 올리며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대중영화에 걸 맞는 톤과 원작 웹툰의 영리한 이식은 흥행의 1등 공신. 다소 무거웠던 원작의 분위기를 밝게 끌고 가면서 극중 인물들의 성격도 바뀌었다.
'이끼' 속 인물들의 모습에선 '공공의 적'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성격이 묻어난다. 강철중부터 용만까지. '이끼' 속에 녹아든 '공공의 적' 시리즈 캐릭터들을 찾아봤다.
◆유해국=강철중('공공의 적')…똘끼 충만 행동파
'공공의 적'의 강철중(설경구 분)은 강우석이 창조한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다. 우연히 펀드매니저 조규환(이성재 분)과 마주치게 된 그는 직감적으로 규환이 노부부 살인사건의 범인임을 느끼고 정면으로 부딪힌다. 단서도, 증거도 없지만 그는 본능적인 수사로 결국에는 승리를 거둔다.
'이끼'의 유해국(박해일 분)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외딴 마을을 찾게 된 그는 마을사람들의 태도에서 본능적으로 수상한 공기를 느끼고 마을의 비밀을 파헤친다. 한 번 아니다 생각한 일엔 죽어라 매달려 이혼까지 하게 된 이력도 강철중의 똘끼와 일견 닮아있다. 잘 발달된 감각과 옳다고 믿는 일에 대한 강한 신념은 두 주인공을 사건의 중심으로 이끄는 강력한 힘이다.
◆천용덕=한상우('공공의 적2')…권력에 기생하는 기생충
'이끼'에서 마을의 비밀을 간직한 천용덕 이장(정재영 분)과 '공공의 적2'에 등장하는 한상우(정준호 분) 또한 서로 닮은 모습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은 더 큰 권력을 가진 자에게 빌붙어 자신의 몫을 늘려나가는 이 사회의 기생충들이다.
"니들은 세금 몇 푼 깎아주고 월드컵만 보여주면 돼"라며 "버러지 같은 인생끼리 놀라"고 내뱉는 한상우는 천용덕 회장의 말대로라면 분명 '누군가의 목줄을 딱 쥔 인간'임에 틀림없다. "날 건드리려면 대한민국을 통째로 청소해야할 것"이라고 부르짖는 천용덕과 부총재와 함께 연행돼 끌려가면서도 끝까지 뻔뻔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한상우의 모습은 그렇게 닮아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민욱(유준상), 강철중(설경구), 용만(유해진), 김덕천(유해진) ⓒ영화 '이끼','공공의 적2', '강철중'의 스틸
◆박민욱=강철중('공공의 적2')…강직한 정의파 검사
이런 쓰레기들을 정리하는 인물도 두 작품에 공히 등장한다. 옷 벗을 각오를 하고 사건에 매달리는 검사 박민욱(유준상 분)과 강철중(설경구 분)이 바로 그들. 이들은 권력의 회유와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소신을 지키는 강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부장검사(강신일 분)를 모시고 있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 후배를 아끼는 부장검사의 말을 어지간히도 안 듣는다. 현실에서의 검사들도 이들만 같다면 더러운 세상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김덕천=용만('공공의 적')…사건 해결의 단초 제공
마지막으로 꼽아볼 캐릭터는 김덕천과 용만이다. 공히 유해진이 연기한 두 캐릭터는 각각 '이끼'와 '공공의 적'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실없는 소리로 빈축을 사는 덕천의 모습은 '이끼'의 군데군데서 긴장을 이완시키며, 용만 또한 산수(이문식 분)와 티격대며 웃음을 자아낸다.
웃음의 제공 외에도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주인공들이 비밀의 실체에 다가가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끼'의 덕천은 발작 증세를 보이며 천용덕의 비밀을 털어놓고 '공공의 적'의 용만 또한 사체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해내 사건의 해결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