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음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임성균 기자 tjdrbs23@
황정음을 만난 건 대주주로 활동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사무실에서였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최고 스타로, 스타일 아이콘으로 맹활약했던 황정음은 지난 1년 반 동안 쉰 날을 손에 꼽을 만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SBS 시대극 '자이언트'에 출연중이고, 오는 28일에는 새 영화 '고사 두번째 이야기:교생실습'(감독 유선동)의 개봉을 앞뒀다. 쇼핑몰 활동도 한다.
그러나 파김치가 돼 대기실에 쓰러져 있곤 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황정음은 훨씬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충혈됐던 눈도 제 빛을 찾았고, 목소리도 훨씬 씩씩해졌다. 그 비결을 물었다. 요약하니 "내가 할 일만 생각하는 것, 연기에만 집중하는 것, 카메라 앞에서 힘을 내는 것"이란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황정음답다.
시트콤을 통해 열린 만능 엔터테이너와 연기자의 두 갈래 길에서 그녀는 오로지 연기를 하겠노라 고집을 부렸다. 기대보다 컸던 우려 속에 출발한 그녀의 도전은 천천히 빛을 보는 중이다. 황정음은 "늙을 때까지,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고 되뇌었다.
-너무 바쁜 거 아닌가.
▶어떡해요, 바짝 해야죠. 나중에 후회 없으려면 젊었을 때 열심히 바짝 해야지요. 일이 없으면 사람이 되게 매력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바쁘게 살아야 생기가 있고.
-경험에서 나온 말이라 더 남다르게 들린다.
▶힘들어 봐야 그런 걸 아나봐요. 유재석 오빠가 5년 넘게 쉼없이 일하시잖아요. 예전에 일이 없었던 적이 있으니까요. 제가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일을 해요. 대단하시다. 존경한다'고 했더니 '예전에 많이 쉬어봐서 나는 쉬고싶지 않아'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래요. 추위에 떨어본 사람이 태양의 따스함을 안다고나 할까.
-1년 넘게 쉼 없이 일하다보니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데는 달인이 됐겠다.
▶시간 조율, 컨디션 조절 달인이 된 거 맞아요.(웃음) 무엇보다 효율적으로 뭔가를 하게 됐어요. 고민할 필요 없이 단순하게 저는 제 할 일에만 집중하면서. 제가 할 일은 바로 연기였어요. 사실 일이 마구 쏟아지면 갈피를 못 잡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안 할 거라면 안 하고, 할 거면 정말 열심히 하면서 정석대로 일하는 게 필요하더라고요.
-그게 똑같이 바쁜 가운데서도 MBC '지붕뚫고 하이킥' 시절보다 여유 있어 보이는 이유인가 보다.
▶그 때와 지금의 제가 변한 건 없어요. 1년 반 동안 고생을 하다보니까. 성숙해진 것 같아요.
배우 황정음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임성균 기자 tjdrbs23@
-이번 '고사2'에서는 호러퀸 도전이다.
▶제가 소속된 회사에서 제작한 작품이잖아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멜로를 하고 호러를 안 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즐거웠고, 공부가 됐어요. 저는 또 하나의 작품을 하면서 호러 장르를 배웠지요.
-'자이언트' 촬영하며 바삐 촬영을 했는데. 심지어 쇼핑몰도 한다.
▶많이 아쉽기도 해요. 연기자라면 어떤 상황이어도 완벽하게 200%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기야 너무 재미있죠.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고 또 힘들기도 한 게 연기인 것 같아요. 제 기준에서 겹치지 않고 들어갔다면 더 나았을 텐데, 힘든 상황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저 혼자만 알고 있는 고민이죠. 관객한테 그러니 봐달라고는 못하잖아요.
쇼핑몰은 많은 분들이 함께 도와주시는 거고 저는 모델을 하는 것처럼 일부에만 참여해요. 연기에 지장주지 않는 선에서요.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전혀!
-황정음과 일한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 카메라 앞에만 서면 생기가 넘쳐흐른다는 거였다.
▶그게 연지일지라도, 혹은 쇼일지라도 그게 제가 해야 할 기본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힘들다고 해서 카메라 앞에서도 힘들어하고 있을 순 없으니까. 일을 안 할 때야 싫은 내색도 하고 할 수 있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좋은 에너지를 발산시켜야 하니까. 누가 뭐라고 하든 또 카메라 앞에서 잘 하는 게 내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황정음이 생각하는 프로의 자세인가.
▶프로라서 한다기보다는, 그냥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그래요. 제가 막 연기를 잘하지 않잖아요. 이런 것, 저런 것, 다 신경을 쓰다보면 다 놓칠까봐 하나만 갖고 가는 거죠. 거기에만 신경을 쓰려고 해요. 그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어요.
-남자친구라든지 반대로 결별설이 화제가 됐다. 매번 비슷한 질문을 받으면서 마음고생도 많았을 텐데.
▶맘고생은 안 했지만 스트레스는 받았어요.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일이잖아요. 잘 안된다면 버리고 다음에 잘 하면 된다, 시간 낭비다 생각해요. 하지만 정말 마음이 쓰일 때도 있죠. 지나고 보니까 다 빨리 떨쳐버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연기할 때는 당연히 다 잊어요.
-벌써 연예계 경력 8년차다. 알고 보면 황정음도 원조 걸그룹이다.
▶슈가 때 고생 많이 했죠. 요즘 걸그룹들 보면 조금 안쓰럽기도 해요. '내가 니들 마음 안다' 하는 마음이랄까. 저게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닐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안쓰러워요. 남의 일 같지 않고.
-하지만 요즘엔 황정음을 마냥 발랄한 20대의 아이콘으로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실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마냥 즐겁게 행동하지만 어떻게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모르는 척 하지만 모르지는 않죠. 제가 8년 이 바닥을 굴렀는데요. 걸그룹으로 데뷔해서 아무도 안 알아주는 시절도 겪었고, 조연도 했었고.
배우 황정음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임성균 기자 tjdrbs23@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 차기작으로 정극인 '자이언트'를 시작할 때 우려가 많았다.
▶많은 분들이 원하시는 것이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맞아요. 하지만 그걸 매일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변화하면서 늘 꼬박꼬박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희애 선배나 전도연 선배처럼요.
-부담이 컸을 텐데.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죠. 제 몸에 딱 맞는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걱정되긴 해요. 하지만 티는 안 내요. 어차피 제가 겪어야 할 일이었고, 난관이었으니까 받아들일 뿐이죠. 벌써 어느 정도는 넘어간 것 같아요. 언젠가는 송강호 선배처럼 연기 잘 할 수도 있겠지요. 제가 영화 '의형제'에서 강동원씨 눈빛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 사람이 정말 목숨 걸고 했다는 게 보여서요. 다 알잖아요, 정말 목숨을 걸었는지, 아니면 그냥 했는지. 저는 최소한 그냥 했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에요. 목숨 걸어야죠.
-'자이언트'도 초반에 쏟아졌던 우려가 지금은 호의적으로 변했다.
▶처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달라진 게 없는데 사람들 생각의 차이인 것 같아요.(웃음)
-사실 '지붕킥' 이후 황정음이 예능과 연기를 동시에 하는 만능엔터테이너 쪽으로 빠지면서 이미지를 소비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이미지 소모는 CF에서 더 많이 했죠. 하지만 더는 안되겠다 싶어 거절한 CF도 있었어요. 지금까지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많아요. 그나마 한 가지 제가 쭉 가지고 온 게 있다면 그게 '연기'인 거죠. 그래서 '자이언트'를 한 게 정말 잘 한 거라고 생각해요.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처음엔 모든 사람들이 다 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저는 하나만 봤어요. 연기요. 호흡도 길고, 또 뭔가 다른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었어요. 그 연기가 재밌었어요. 연기 하나만 생각할 거예요.
-지금 황정음의 목표는 연기파 배우?
▶연기를 즐겁게,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늙을 때까지, 평생. 제가 하고 싶은 건 한 우물만 파는 건데, 주위에는 다른 게 너무 많으니까 그게 걱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