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이끼', 중년 관객을 움직인 이유

김현록 기자  |  2010.07.21 13:34


영화 '이끼'의 흥행몰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5일 개봉한 '이끼'는 압도적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개봉 8일째인 21일에는 15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된다. 150만 돌파 속도는 올 최고 한국영화 흥행작 '의형제'보다 하루 빠르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잇단 흥행 실패, 청소년관람불가라는 핸디캡을 넘어선 돋보이는 성적이다.


'이끼'의 이 같은 질주에는 중년 관객들의 지지가 큰 몫을 했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평가다. 홍보사 이노기획 관계자는 "여느 흥행 영화의 패턴처럼 '이끼' 역시 20∼30대 관객들의 예매율이 가장 높다"며 "그러나 부모님을 위해 영화표를 사는 경우가 상당하다. 실제 극장에서는 체감하는 중견 관객의 열기는 예매율 이상이다"고 말했다.

2006년의 '괴물'을 시작으로 2007년 '디 워'와 '화려한 휴가', 2008년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2009년의 '해운대' '국가대표'에 이르기까지, 매년 여름 등장한 초대형 히트작들은 여름 중년 관객 수요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확대시켰다. 그러나 국산 블록버스터가 사라진 올해 여름, 3D 애니메이션과 해외 화제작들 사이에서 중년 관객은 소외되다시피 했다. 단연 묵직한 느낌을 풍기는 '이끼'는 여름 중년 관객이란 틈새를 정확히 공략했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중년 관객들에게 '인셉션'은 너무 어렵고, '고사2'는 10대 영화로 비쳐질 것"이라며 "'이클립스', '슈렉 포에버' 등 젊은 층이 열광하는 작품들이 주로 화제가 된 여름 극장가에 '이끼'만큼 중년에게 매력적인 작품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실미도', '공공의 적' 시리즈 등을 통해 중년 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강우석 감독을 비롯해 박해일 정재영 유해진 등 주연 배우들의 면면은 중년 관객들을 더욱 잡아끄는 요소다.


'이끼' 측 관계자는 "중년 관객들이 웹툰 '이끼'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면 강우석 감독에 대한 신뢰, 1000만 관객동원의 영화 '실미도'에 대한 향수,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강우석 감독 특유의 유머코드 등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영리한 재해석도 폭넓은 관객층에게 어필하는 데 한 몫을 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끼' 원작을 본 젊은 관객들은 단순화된 캐릭터나 스토리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원작을 모르고 본 관객들은 유머나 밀도있는 스릴러에 크게 호평했다"고 말했다.


외의 곳에서 터지는 폭소, 정공법으로 밀어부친 카메라 워크가 시골 마을에서 출발,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아우르는 동시에 수십 년을 넘나드는 복잡한 이야기를 보다 쉽고 편하게 받아들이도록 한 셈이다.

한편 뒷심 좋은 중년 관객의 호의적인 반응은 향후 '이끼'의 롱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50만 고지를 가뿐히 넘은 '이끼'의 최종 스코어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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